“질 좋은 경기를 하면 팬들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프로복싱 웰터급 최강전이 26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우승상금 3000만원을 놓고 16강전에 돌입한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이 대회는 8강과 4강전을 거쳐 내년 3월1일 챔피언을 가리게 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복싱M) 황현철 대표를 2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에스비에스(SBS)스포츠> 복싱 해설위원이기도 하다.
황현철 대표는 “프로스포츠의 성공은 팬과 관중이 핵심인데, 그동안 프로복싱은 지자체 등 후원으로 대회를 치르는 데 급급했다”며 “질 좋은 경기로 복싱 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1회성 대회로는 흡인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토너먼트를 계획했다고 했다. 가장 강한 선수를 선발하고 그 과정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16강전에는 모두 14명이 합류했다. 16강전을 통해 7명을 선발하고, 탈락자 중 최고 기량을 펼친 선수 1명을 8강에 합류시킬 예정이다. 황 대표는 “경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16명을 채우기보다 14명만 뽑았다”며 “무에타이 출신 등 실력만 된다면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이 가장 많은 웰터급을 우선 시작한 뒤 내년 3월 이후 미들급과 라이트급 최강전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국내 복싱계의 현실은 아마추어가 사실상 프로선수라고 말했다. 아마추어선수의 경우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면서 연봉을 최대 1억원까지 받는 등 사실상 직업 복서지만, 프로복싱에는 자기개발을 위해 한국 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황 대표는 “프로복싱은 여건도 안 되지만 장래성도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프로복서로서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다면 프로에 데뷔하는 아마추어선수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프로복싱은 주로 지자체 등의 후원을 받아 대회를 개최하는 형편이다. 황 대표는 “지자체 후원을 받는 것은 좋지만 지자체 홍보성 대회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기존의 방식대로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후원을 받다 보니 입장료는 무료다. 주최 쪽도 관중 동원을 위해 따로 힘쓰지 않는다.
황 대표는 “16강전 성과를 토대로 후원사를 찾을 예정지만 좋은 경기와 팬서비스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16강전 이후 모든 경기는 입장료를 받는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도 여건만 조성된다면 세계챔피언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선수들이 복서로서 자질은 좋지만 세계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복싱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수준이 오를수록 복싱 인기가 떨어진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황현철 대표는 “일본도 한때 위기를 겪었지만 복싱인들이 뭉쳐 직접 관중을 모으려 노력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었고, 현재 세계챔피언이 8명이나 된다”며 “배고픈 선수는 어느 나라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야구와 축구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사진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