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잡고 있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전력 빅스톰은 26일 현재 승점 34(13승4패)로 현대캐피탈(승점 38)에 이어 2위지만 승률은 1위(0.764)다. 1라운드 3승3패 이후 무려 10승1패를 달려왔다. 백업선수가 부족해 아슬아슬하지만 7번의 풀세트 접전에서 6번을 승리할 만큼 뒷심 강한 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남자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영철(52) 감독을 지난 23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났다. 한국전력의 강점을 ‘열정과 신뢰’로 표현하는 신 감독은 “선수들 덕분에 만족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후반기에도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
사실 시즌 전부터 신영철 감독은 “한국전력 부임 4년차 만에 가장 선수 구성이 괜찮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시즌 전에 선수들에게 다치지만 않는다면 V리그에서 7할 승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믿지 않았다. 하지만 코보(KOVO)컵에서 전승으로 우승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도 생기고 배구가 재미있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7할 승률을 통해 봄배구는 기본이고 정규리그 1~2위를 꿈꿨던 신 감독의 기대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세터 강민웅을 데려오고, 센터 윤봉우를 보강했다. 강민웅은 대한항공에서 세터 넘버3였고, 윤봉우는 현대캐피탈에서 은퇴 예정이었지만 한국전력에 오면서 활짝 피었다. 윤봉우는 세트당 블로킹 0.74개를 성공시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고, 강민웅 역시 세트부문 1위(세트당 11.61개)를 기록 중이다.
신영철 감독은 “윤봉우는 후배 선수들이 본받을 점이 많다. 솔선수범하는 그런 선수가 있으면 다른 선수들도 따라 하고 좋은 분위기로 연결된다”고 했다. 강민웅은 지난 시즌만 해도 신 감독의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신 감독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지적을 해서 본인은 무척 당황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세터는 팀의 야전사령관으로서 선수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터는 아무리 자신의 토스가 좋아도 공격수가 잘 못 때리면 우선 자신의 잘못부터 돌아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신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아직까지 명문구단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한번도 안 졌다”며 “5세트 경기에서 승률이 좋은 것은 그만큼 팀이 탄탄해진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불안 요인은 역시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는 데 있다.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의 기량 차이가 크다. 그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등은 백업요원이 좋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앞으로도 부상만 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시즌 초 다른 팀보다 일찍 팀 정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백업요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신 감독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된 반면 다른 팀은 선수가 많다 보니 여러 실험들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요즘은 다른 팀들이 포지션 파괴 등 실험을 중단한 것 같아 오히려 아쉬울 뿐”이라며 웃었다.
“서브가 강한 팀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신 감독은 밝혔다. 한국전력은 올해 가로막기 부문(세트당 2.771개)에서는 7개 구단 중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서브 쪽에서는 세트당 0.671개로 꼴찌다. 주포인 전광인이 발목이 좋지 않아 서브 연습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2004년 엘아이지(LIG)손해보험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한 신영철 감독도 어느덧 7개 구단 중 박기원 감독(대한항공)에 이어 고령 감독에 속한다. 신 감독은 “초보 감독일 때에는 열정만 갖고 했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외출이나 외박 등 일정을 미리 통보해주고 약속은 승패와 상관없이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신 감독은 “소통을 말할 때면 보통 대화를 의미하지만 공감대 없는 대화는 알맹이 빠진 형식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왕/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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