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를 위한 대한체육회인가?
요즘 대한체육회와 일부 경기단체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기흥 회장이 새롭게 이끌게 된 체육회가, 체육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물러난 뒤 자신들이 요구해온 ‘체육의 자율성’을 되찾아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작 오래전부터 문제가 된 일부 경기단체 회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회장의 비리를 눈감아줘 과연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까지 들게 할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김길두(68) 회장의 전횡과 횡포로 표류하고 있는 대한볼링협회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17일 치러진 20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얼마 안 돼 강도인 협회 전 부회장이 “(김길두) 자신이 회장에 당선되면 본인을 국가대표 총감독 및 상근부회장을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1000만원, 350만원을 본인에게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김 회장은 결국 체육회로부터 회장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강씨는 지난해 9월초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입금계좌 자료와 함께 이런 사실을 폭로했고, 현재 이 사건은 서울 동부지청으로 송치돼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의 직무정지로 정영희 한체대 교수(협회 부회장)가 지난해 11월15일 이사회에서 회장 직무대행으로 뽑혔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김길두 회장은 3일 뒤 체육회에 “회장 직무정지로 협회가 비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직무정지 해지를 요청했고, 체육회는 12월6일 ‘회장인준 효력 일시정지 취소’ 공문을 보내 김 회장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허락했다. 이 공문은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의 전결 처리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볼링계 한 인사는 “김길두 회장이 평소 조영호 사무총장과 같은 고향(전남 벌교) 사람이라며 팔고 다녔다”며 두 사람의 인연이 작용해 이런 조치를 해준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기단체 비리 개혁에 앞장서야 할 체육회가 돈 선거운동으로 문제가 돼 경찰과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김 회장을 업무에 복귀시킨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볼링인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1세대 원로 볼링인’이라고 밝힌 15명은 최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의 김길두가 공식 사과나 단 한마디 해명 없이 슬그머니 회장에 복귀했다”며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김길두는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권종률·기정도·김갑득·김정삼·김주덕·김창환·변철·안병구·윤영귀·이은혁·정병성·조광명·조재정·차광남·최장석씨 등이다. 이들은 체육회에 대해서도 “협회 정상화를 이유로 피의자 신분인 김길두를 회장직에 복귀시킨 경위가 무엇인지 관련 규정 및 법적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볼링협회는 17년 동안 장기집권해온 지중섭 회장이 2012년 10월 자진사퇴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으나,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김길두 회장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볼링인들과 대립을 빚는 등 파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볼링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체육회가 적극 나서 비리 회장은 몰아내고, 협회 정상화를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육개혁은 말짱 공염불일 뿐이다.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