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휘문중)이 8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7 세계(주니어) 선수권 파견선수권 대회 남자부 싱글 1그룹 프리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60점.
차준환(16·휘문중)이 스스로에게 준 점수는 짰다. 한차례 넘어진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12월 열렸던 2016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때와 똑같은 점프 실수를 했다. 그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8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7 세계 주니어선수권 파견 남자부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 연기. 차준환은 156.24를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와 합해 총점 238.0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는 국내 선수 최초로 80점대로 진입하며 역대 최고점(81.83점)을 받았다. 대회 우승으로 차준환은 3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선수권(시니어)에 출전하려면 지난해 7월1일 기준으로 만 15살이 넘어야 하는 규정 탓에 세계선수권(핀란드) 출전권은 2위 김진서(한국체대·총점 216.16점)에게 돌아갔다.
차준환은 8명 참가 선수 중 가장 늦게 영화 <일 포스티노> 배경음악(OST)에 맞춰 연기를 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2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연기를 이어간 차준환은 7번째 점프(프로그램 구성요소로는 9번째)에서 실수를 했다.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79점)를 수행하다가 넘어졌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때도 차준환은 7번째 점프를 하면서 넘어진 바 있다. 연기 후반에 이뤄지는 콤비네이션 점프이기 때문에 체력 비축이 여러모로 중요하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휘문중)이 8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7 세계(주니어) 선수권 파견선수권 대회 남자부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 연기 중 넘어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개인 최고점수(239.47점)를 받으며 우승했던 작년 9월 2016 요코하마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때도 차준환은 이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유일하게 가산점을 챙기지 못하고 0.90점이 깎인 바 있다.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 때는 프로그램 구성을 바꿔 차준환이 해당 점프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프로그램 변화는 단순히 점프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곡의 흐름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꽤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차준환은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하면서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오른쪽 스케이트 부츠가 물렁물렁해져 점프할 때 문제가 있었다”며 “비슷한 제품 2개 정도를 신어봤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는 테이핑을 하고 뛰었는데 점프를 할 때 미끄러졌다”고 고백했다. 3월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때는 새로운 스케이트 부츠를 맞춰 적응을 한 뒤 출전할 계획이다.
대회가 열린 강릉아이스아레나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장소로 차준환 또한 부상 등의 큰 변수가 없다면 1년 뒤 다시 설 무대가 된다. 쟁쟁한 선수들과 시니어 무대에서 겨루려면 쿼드러플(4회전) 점프 요소가 더욱 필요한 상황. 차준환은 현재 기본점수 10.50점인 쿼드러플 점프를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만 한 차례 뛰고 있다. 요코하마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때나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때 모두 쿼드러플 점프에서 2.00의 가산점을 챙기기도 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두번 뛸 수 있도록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준비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연합뉴스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