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브이-스타(V-star)로 참가한 김희진이 득점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왼손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오른손엔 태블릿피시(PC)를 들고,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쓴 채 ‘비선 실세’ 최순실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코트를 돌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축제는 늘 어수선하다. 22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엔에이치(NH)농협 2016~2017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은 체육관 안팎으로 벌어진 각종 행사로 어수선함의 극치였다. 여자부 경기에 남자선수가 출전하고, 선수들은 승부보다는 세리머니에 더욱 열정적이었다. 화려함과 어수선함 속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모든 긴장을 잊고 배구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선수들은 이날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을 달고 뛰었다. 사전에 배구팬들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해 팬들이 보는 선수들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단연 눈에 띄는 별명은 한국전력의 쌍포 전광인과 서재덕이었다. 전광인의 등 뒤에는 ‘부럽냐 서재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자신의 인기가 조금 높음을 뽐냈고, 서재덕은 ‘안 부럽다 전광인’으로 응수했다. 서재덕은 올스타 남자부 최우수선수상에 뽑히면서 이날만은 전광인을 앞섰다. 여자부 최우수선수는 알레나(KGC인삼공사)였다.
우리카드 파다르가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배구 올스타전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 스파이크를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V리그 최고령 선수인 방신봉(한국전력)은 ‘내가 치어리더’라는 문구를 달았다. 삼성화재 리베로 부용찬은 ‘부사인 볼트’라는 별명으로 엄청난 순발력을 강조했고, 긴 체공시간을 자랑하는 김학민(대한항공)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잘생긴 외국인선수 파다르(우리카드)는 ‘잘생기면 오빠’라는 닉네임을, 천안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문성민은 뜻밖에서도 ‘문똘’이었다.
쌍둥이 자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은 각각 ‘Ctrl+C(복사)’와 ‘Ctrl+V(붙여넣기)’가 박힌 유니폼을 받았으나 이재영은 부상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의 박정아의 등 뒤에는 ‘프로 인터뷰어’라고 쓰여 있었다. 2년째 현대건설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 에밀리는 ‘수원 이씨’로 불렸다.
선수들은 경기보다 치열한 세리머니 대결을 펼쳤다. 김희진은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을 패러디했고, 이다영은 서재덕과 함께 커플댄스를 추었다.
22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유니폼에 팬들이 붙여준 별명 ‘부럽냐 서재덕’이라고 쓴 전광인(오른쪽)이 젖병을 든 서재덕(‘안 부럽다 전광인’)과 함께 득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서브의 스피드 대결을 펼치는 ‘스파이크 서브 킹&퀸 선발대회’에서는 각각 문성민(현대캐피탈)과 김진희(KGC인삼공사)이 정상에 올랐다. 문성민은 시속 123㎞를 작성해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남자부 최고기록을 경신했고, 김진희는 서브 퀸에 처음 출전해 전년도 챔피언인 이소영(GS칼텍스)을 제쳤다. 이밖에 올해 신설된 남자부 ‘스파이크 파워 콘테스트’에는 신영석(현대캐피탈)이 첫 왕좌에 올랐고, 여자부 ‘플로터 서브 콘테스트’의 주인공은 인삼공사 김해란이었다.
천안/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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