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왼쪽)가 2008 베이징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 시상식에서 자메이카 팀 동료 네스타 카터(오른쪽)와 함께 금메달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볼트는 26일(한국시각) 2008 베이징올림픽 샘플에서 뒤늦게 도핑 양성반응이 나온 카터 때문에 이 메달을 반납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동료 때문에 자신의 자랑스런 대기록을 잃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6일(한국시각) “자메이카 육상 선수 네스타 카터(31)의 2008 베이징올림픽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메틸헥산아민 성분이 검출됐다”며 “카터가 딴 남자 400m 계주 금메달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터와 함께 자메이카 400m 계주 종목을 뛴 볼트가 작성했던 ‘올림픽 육상 3회 연속 3관왕’이라는 대기록도 사라졌다. 국제 올림픽 규정상 계주 종목은 팀원 중 한명이라도 도핑 양성반응이 확인되면 다른 선수도 메달을 잃는다. 베이징올림픽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팀이 실격되면서 당시 은메달이었던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금메달, 일본이 은메달, 브라질이 동메달로 승격됐다.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까지 100m, 200m, 400m 계주에서 3관왕에 오르며 육상에서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볼트 스스로 “드디어 불멸의 기록을 만들었다”며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볼트는 올림픽 금메달 9개로 미국의 칼 루이스 등과 함께 육상선수 통산 최다 메달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번에 금메달 1개를 잃으면서 순위도 내려앉았다.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카터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볼트와 함께 자메이카 400m 계주팀에 나섰기 때문에 향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자메이카는 2012 런던올림픽 400m 계주에서 36.84초로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조처가 당장 런던올림픽 메달에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런던올림픽 샘플 재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카터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선수권에서 3회 연속 볼트와 계주팀을 구성했고, 2013년 모스크바대회에서는 남자 100m에서도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카터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국제육상연맹의 제재에 따라 출전하지 못했다.
한편 은퇴 이후 국회의원으로 성장했던 러시아의 전 육상선수도 도핑 양성 반응으로 정치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정상급 선수였던 타티야나 레베데바(41)도 이번 베이징올림픽 샘플 재검사에서 스테로이드 계열 성분이 검출돼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은메달을 박탈당했다. 레베데바는 앞서 2000 시드니올림픽 세단뛰기에서 동메달을 땄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멀리뛰기 금메달, 세단뛰기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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