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입지가 줄어든 것 같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선을 다해야한다.”
미국프로야구(MLB) 2년차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지난 2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내놓은 각오다. 자신에게 닥쳐올지 모를 불행한 예감을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병호(31)는 결국 미네소타 구단으로부터 지명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를 당했다. 미네소타 구단은 4일(한국시각) 오른손 불펜 투수 맷 벨라일을 영입하면서 40인 로스터에서 박병호의 이름을 제외했다. 이번 시즌 부활을 위해 겨우내 땀방울을 흘렸던 박병호는 다시 좌절을 맛봐야했다.
지명할당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팀 40인 로스터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 밟는 절차다. 미네소타 구단은 이번 조처로 박병호를 전력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박병호는 이제 나머지 29개 메이저리그 구단의 클레임(영입) 신청을 기다린다. 클레임을 거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으면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박병호의 보장 계약은 앞으로 3년이 남았고,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보장 연봉875만 달러(약 100억원)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데릭 팔비 미네소타 야구 부문 사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면서 “박병호가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지길 것을 알고 있다. 원래 리그를 옮기면 적응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가 오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안다. 그러니 며칠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지난해 미네소타는 팀 부진 책임을 지고 테리 라이언 단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 영입에 주도적으로 나선 인물이다. 현재 미네소타 구단을 이끄는 팔비 야구 부문 사장과 테드 레빈 단장은 박병호를 냉정한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케이비오(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박병호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 시장에 나섰고, 1285만 달러(약 147억5천만원)를 써낸 미네소타 구단이 협상권을 획득했다. 이후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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