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림(부산시설공단)이 지난 3일 서울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7 핸드볼코리아리그 경기에서 서울시청 김이슬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여자핸드볼 부산시설공단이 2017 에스케이(SK)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8개 팀 가운데 6위에 그쳤지만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국가대표 류은희와 심해인이 보강되면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지난 3일 시즌 개막전에서 전년도 챔피언 서울시청을 꺾으면서 우승 후보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승리에는 37개의 슛 가운데 무려 17개를 막아낸 실업 5년차 골키퍼 우하림(23)이 있었다.
우하림은 “개막 첫날 경기 때는 공이 유달리 잘 보였다. 선수들이 수비를 잘해 막아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4년간 2349개의 슛 가운데 793개를 막아 통산 33.76%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우하림은 올해 2경기에서 방어율 38.67%를 보여주고 있다.
우하림은 골키퍼 출신인 신창호 코치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점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코치는 “우승 후보인 서울시청이나 삼척시청은 국가대표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들과 대등한 수준의 방어가 이뤄져야 한다”며 “우하림이 얼마나 해주느냐 여부가 우리 팀의 성적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골키퍼의 역량이 경기력의 60%까지 차지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 코치는 “하림이는 성실하고 파이팅이 좋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우하림(부산시설공단)이 3일 서울 에스케이(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7 핸드볼코리아리그 개막전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핸드볼은 근접 거리에서 슛이 이뤄지면서 상대 선수들에 대한 동작 분석이 필수다. 공을 보면서 방어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하림은 “비디오 영상을 통해 선수들이 좋아하는 코스, 슛 하는 타이밍 등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한 우하림은 ‘겁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골키퍼로 발탁됐다. 키 175㎝인 우하림은 “당시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보다 공을 덜 무서워한다며 골키퍼를 시켰다”며 “하지만 공격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핸드볼에서는 공을 막을 기회가 많고 그만큼 골키퍼의 비중이 높다. 볼을 막아내 상대방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휘경여고 출신인 우하림은 2013년 실업 데뷔전과 2014년 세계주니어핸드볼선수권 4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데뷔 첫 경기에서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좋았고, 2014년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교체 투입돼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한국은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고 첫 우승을 일궜다.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박새영(23)이 한국체대를 마치고 이번 시즌 경남개발공사에 합류하면서 다시 한번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실업 5년차인 우하림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 꿈이다. 골키퍼는 44살의 오영란(인천시청)이 아직도 현역에서 활약하는 등 장수가 가능한 포지션이다. 올해 팀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우하림의 목표도 좀더 현실성을 갖게 됐다. 그는 “올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도록 열심히 뛰고, 개인적으로는 골키퍼 방어상을 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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