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강민웅은 이날 등록되지 않은 소매없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해 부정선수로 퇴장당했다. 연합뉴스
배구계가 한국전력 강민웅의 등록되지 않은 유니폼 착용 문제로 시끄럽다. 강민웅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에 등록되지 않은 소매 없는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경기가 20여분간 중단되는 진통을 겪었다. 강민웅은 퇴장당했고, 한국전력이 강민웅 출전 이후 얻은 모든 점수(11점)는 무효화됐다.
논란의 핵심은 강민웅의 유니폼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심판과 경기감독관의 문제였다. 한국배구연맹 게시판에는 심판과 경기감독관을 비판하며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민웅에 대한 징계는 규정에 따른 벌금형이 전부다.
한국배구연맹은 16일 오전 상벌위원회를 열어 당시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 주심과 부심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장에 없었던 경기운영위원장과 심판위원장도 스스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14일 경기에서는 경기감독관과 심판들이 당황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됐다. 강민웅이 원정 유니폼을 두고 온 것을 알고 뒤늦게 유니폼을 공수해왔으나 소매가 있는 올 시즌 유니폼이 아닌 지난 시즌의 유니폼이었다. 신영철 한전 감독의 문의에 대해 심판진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고, 경기 도중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의 항의에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가 한참 더 진행된 뒤에야 뒤늦게 규정을 인지하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점수 감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규정이 아닌 합의를 요구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심판진이 결정을 미루면서 두 팀 감독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갈등은 증폭됐다. 경기에 패한 한국전력은 물론 대한항공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배구팬은 연맹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운영 스태프의 어설픈 진행으로 관중과 시청자들은 물론 양 팀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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