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루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어바웃복싱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나이 30살에 뒤늦게 복싱 한국챔피언에 올랐다. 정마루(30·와룡)는 분명 젊은 나이에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복서는 아니다. 그러나 ‘마루’라는 자신의 링네임처럼 세계 정상을 향한 꿈을 시작하고 있다. 프로복싱 서바이벌 2017 웰터급 최강전에서 챔피언에 오른 정마루를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어바웃복싱체육관에서 만났다. 정마루는 “후배들에게 어떤 것이든 포기하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때로 위기도 있고 회의도 들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마루는 지난 1일까지만 해도 웰터급(66.68㎏)에서 뛰던 선수지만 현재 체중은 80㎏이 넘어선다. 그는 “평소 75㎏ 정도 유지하는데 경기를 2주 정도 남겨두고 9㎏ 정도 체중 감량을 한다”며 “경기가 끝난 뒤 4일 만에 무려 15㎏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통상 6~7㎏ 이상 감량하는 복싱선수들은 경기 뒤 폭식을 하기 때문에 며칠 사이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뒤 점차 평소 체중으로 돌아가는 사이클을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체육관을 운영하며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정마루는 웰터급 최강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지난해 4월에 등극한 한국권투위원회(KBC) 웰터급 한국챔피언의 자격으로 1번 시드를 배정 받았다. 그러나 첫 경기인 16강에서 정지수(27·수원태풍)에게 충격적인 판정패를 당했다. 정지수는 킥복싱 선수 출신으로 복싱 경력은 많지 않다. 정마루는 “평소 시합에서 저보다 큰 선수와 대결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정지수는 원체 키가 커서 상당히 낯설었다”면서도 “결국은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정지수는 정마루(177㎝)에 비해 무려 11㎝가 큰 188㎝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웰터급 선수 중에서도 드물게 큰 편이다.
패자부활을 통해 힘겹게 살아남은 정마루는 8강에서 지난해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김주영을 꺾었고, 4강전에서는 김두협을 티케이오(TKO)승으로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예선전에서 패했던 정지수와 재대결을 펼쳐 판정승으로 설욕하고 프로복싱서바이벌 웰터급 최강전 초대 우승자가 됐다. 정마루는 “16강에서 만났을 때는 서둘렀는데, 결승에서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마루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챔피언에 올랐지만 프로무대 경력은 그리 많지 않다. 12전7승4패1무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이어트를 위해 취미로 복싱을 시작해 24살의 늦은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다지만 전적이 너무 적다. 정마루는 “프로에 데뷔한 뒤 금방 복싱선수를 그만뒀다가 2년 만에 복귀했다”고 했다. 2011년 데뷔해 첫해 2전2패의 성적을 올린 뒤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프로복싱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와룡체육관 소속으로 프로데뷔 전 아마추어 전적도 한 경기밖에 없다.
정마루는 2년 공백 뒤인 2013년 프로무대에 복귀하면서 링네임으로 본명인 정효수 대신 정마루를 사용했다. 마루는 우리말로 ‘꼭대기’, ‘정상’ 등을 의미한다.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2014년 한국챔피언에 처음으로 도전해 판정패로 물러났으나 지난해 4월 또다시 한국챔피언에 도전해 김주영을 상대로 10회 판정승을 거두고 웰터급 정상에 올랐다. 정마루는 “늦게 시작했고 공백기도 있지만 어렸을 때는 대회가 별로 없어 경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며 “그나마 지난해부터 대회가 생긴 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요즘은 복싱선수 연령이 많이 높아져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잇따라 한국 정상에 오른 정마루의 눈은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정마루는 “한국 정상에 올랐으니까 아시아와 세계 타이틀전에도 꼭 한번 도전하고 싶다”며 “그 과정에서 국내 프로복싱 붐 조성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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