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엔에이치(NH)농협 2016~2017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현대캐피탈의 문성민(왼쪽부터)과 최태웅 감독, 대한항공의 김학민과 박기원 감독, 한국전력의 전광인과 신영철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5번 졌지만 마지막 6라운드에서 이겼다. 부담 없이 경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마지막에 졌지만 문제점이 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19일부터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 돌입하는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이번 시즌 상대전적에서 현대캐피탈이 1승5패로 열세이지만, 객관적 사실을 바라보는 두 팀 감독의 승리 방정식은 전혀 달랐다. 프로배구 남녀 6개 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 엔에이치(NH)농협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저마다의 언어로 우승을 자신했다.
남자부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선수들 덕분에 우승했다. 통합우승하겠다”고 굵고 짧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계속 1위를 유지하다 보니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체력적·정신적 희복 기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이번 시즌 순위 경쟁이 정말 힘들었다. 매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이 많다.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영철 감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잘 버텨줘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됐다”며 “정규시즌에 풀세트 경기를 많이 치렀는데 포스트시즌에도 그런 상황이 오면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우승 열망이 높은 만큼 얻고 싶은 대가도 남달랐다. 한국전력 전광인은 “우리 구단주는 큰손이다”라는 말로 큰 기대를 드러낸 뒤 “감독님의 몸이 좋다. 우승하면 감독님이 상의를 벗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감독님, 선수들과 함께 챔피언스리그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김학민은 “우리 회사는 비행기가 있다. 선수·가족들과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고 전하고 “우승 뒤 박기원 감독이 웃는 모습과 함께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박기원 감독과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의 희망사항에 당혹해하면서도 “선수들이 원한다면 하겠다”고 응답했다.
여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의 김희진(왼쪽부터), 흥국생명의 이재영,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김해란이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부에서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이정철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감독이 강하게 우승을 확신한 반면, 서남원 케이지시(KGC)인삼공사 감독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인정하면서도 “즐기겠다”는 말로 이변을 노렸다. 여자부는 18일부터 기업은행과 인삼공사의 플레이오프가 열린다.
박미희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눈빛이 달라졌다. 챔프전이 끝났을 때 (흥국생명 배구단을 상징하는) 핑크색이 유행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 유니폼에 별 2개가 그려져 있는데 덜 예쁘더라. 우승을 추가해 별 3개를 단 유니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서남원 감독은 “우리는 결승 진출이나 우승보다는 보너스 게임을 즐기겠다는 마음이다. 신나고 재미있게 마지막까지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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