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5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케이비오(KBO)리그 시범경기 엔씨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2사 1루 때 타격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넥센)가 시범경기 초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이며 프로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이정후는 16일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를 뽑아냈다. 시범경기 3경기 8타수 5안타의 불방망이다. 이정후는 지난 14일과 1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엔씨(NC)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도 5타수 3안타를 쳐냈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부드러운 스윙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이를 지켜본 김경문 엔씨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에 소질이 있다. 펀치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신인인 만큼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며 “긴장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를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라며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고교 통산 42경기 타율 0.397(144타수 55안타), 20도루를 기록한 이정후는 지난해 6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1차 지명을 받고 계약금 2억원에 입단했다. 이후 그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8월 열린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11월에는 넥센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 프로 첫 훈련도 경험했다. 입단 당시(몸무게 72㎏, 키 185㎝)보다 6㎏을 불리며 근육량도 키웠다. 넥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31명만 뽑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는데 이정후는 입단 동기 김혜성과 함께 신인으로는 둘만 이번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정후의 주 포지션은 아버지 이종범과 같은 유격수다. 하지만 넥센엔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이 버티고 있다. 장정석 넥센 감독 역시 이정후의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수비 부담이 적은 외야수로 이정후를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송구 능력이 부족해 내야 유격수 자리를 맡기기엔 무리라는 판단이다.
장 감독의 기대에 맞게 이정후는 앞으로 근육량을 더 늘려 힘을 더 증강시킬 계획이다. 이정후는 “하루에 5끼씩 먹고 꾸준히 근력 운동을 했더니 몸무게가 늘고 있다. 85~90㎏까지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버지보다 발은 느리지만 장타력은 뛰어난 ‘바람의 손자’를 올 시즌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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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시범경기 전적 kt 8-5 기아, LG 3-3 삼성, 두산 5-5 롯데, SK 2-7 NC, 넥센 1-12 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