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선수들이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최태웅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현대캐피탈 최태웅(41) 감독과 주장 문성민(31). 한때 룸메이트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감독과 선수로 다시 뭉쳐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현대캐피탈은 3일 대한항공을 꺾고 2006~2007 시즌 이후 10년 만에 V리그 남자부 챔피언에 올랐다.
최태웅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사령탑을 맡으면서 현대캐피탈은 ‘스피드 배구’라는 새로운 색깔로 전면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 중심에는 문성민이 있었다. 당시 스피드 배구에 대해 배구인들 누구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이 합작한 스피드 배구는 이제 현대캐피탈의 색깔로 안착했고, 2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배출했다.
최태웅 감독은 우선 문성민에게 주장의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동안 외국인 선수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라이트 포지션을 맡겼다. 문성민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 것이지만, 라이트 포지션의 걸출한 외국인 선수 영입을 포기한 것이기도 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하면서 레프트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는 거의 없었고, 죄다 라이트였다. 최태웅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를 각오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성민은 한 단계 성장으로 응답했다. 지난 시즌에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활약을 펼쳤고, 올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로 우승을 이끌었다. 문성민이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부활한 뒤에야 현대캐피탈의 토털배구도 살아났다.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의 남다른 관계는 우승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잘 나타났다. 최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도 문성민이 있었다. 그는 “2차전 때 성민이가 바닥을 치면서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걸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제는 어떻게 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 느낀 것 같다. 조금 더 성장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문성민은 최 감독에 대해 “나를 믿고 주장이라는 직책을 맡겨주셔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졌다”며 “롤모델이자 중심을 잡아주는 무서운 형”이라고 표현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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