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8일 밤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4부 리그) 대회 마지막날 네덜란드를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빙판에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정말로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디비전으로 올라서게 됐다. 경이적인 결과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세라 머리(29·캐나다) 감독은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8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4부 리그) 대회 풀리그 마지막 5차전에서 한국이 네덜란드를 2-0(0:0/1:0/1:0)으로 꺾었다. 슬로베니아(5-1승), 영국(3-1승), 호주(8-1승), 북한(3-0승)에 이어 세계랭킹이 4계단 높은 네덜란드(19위)마저 제압하며 5전 전승(승점 15)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빙판과 벤치에 있던 선수 22명이 모두 한데 엉켜 감격을 나눴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무릎을 다친 골리 신소정 대신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한 한도희가 뽑혔다. 그는 4경기에서 경기당 실점률(GAA) 0.75, 세이브 성공률(SVP) 0.952의 철벽방어를 해냈다.
세계랭킹 23위인 한국은 3전4기 끝에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 리그)로 승격해 슬로바키아(14위), 라트비아(15위), 중국(16위), 카자흐스탄(18위), 이탈리아(20위)와 실력을 겨루게 됐다. 2004년부터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3부 리그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역대 처음이다. 여자 세계선수권은 챔피언십 그룹(8개국), 디비전 1그룹 A, 디비전 1그룹 B, 디비전 2그룹 A, 디비전 2그룹 B(이상 6개국) 등으로 나뉘며 그룹 간 승강제를 시행한다.
피아니스트(한수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규선), 중학생(이은지) 등이 모여 급조된 한국 선수들은 3년 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명장 앤디 머리의 딸인 세라 머리 감독이 부임한 뒤 선진 아이스하키에 눈을 떴다. 여기에 캐나다 동포 박은정(캐롤라인 박)과 임진경(대넬 임),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랜디 희수 그리핀,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등이 가세해 성장을 거듭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새러 머리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좌절도 많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에서는 폴란드와 나란히 4승1패를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4부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월 일본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꺾었지만 최종 성적은 4위로 목표했던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머리 감독은 “그런 아픈 경험들이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더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대표팀은 8월 프랑스(세계 12위), 스위스(6위)와 친선경기를 치르고 9월에는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일을 내보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해 조별리그 B조에서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7위)과 맞붙는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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