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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단단한 ‘차돌’ 같은 농구인생…‘작은 거인’ 유도훈 감독

등록 2017-04-19 16:29수정 2017-04-20 10:04

전자랜드 지휘봉 10년 보장받은 ‘언더도그의 반란군’
반발짝 더 뛰는 ‘유도훈표 농구’로 해마다 돌풍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50) 감독의 실제 키는 172.6㎝. 그는 “반올림해서 173㎝로 해달라”며 씩 웃는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이 가려졌지만, 정작 주목받는 이는 ‘작은 거인’ 유도훈 감독이다. 그는 해마다 ‘언더도그의 반란’을 일으킨다. 이번 시즌에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우승 후보로 꼽힌 서울 삼성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비록 2승3패로 4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농구 팬들은 전자랜드의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유도훈표 농구’에 열광했다. 홈구장 삼산체육관은 팀의 상징인 오렌지 물결로 넘쳐났다.

전자랜드는 이번에 계약 기간이 끝난 유 감독을 발빠르게 붙잡았다. 창원 엘지(LG) 등 다른 팀에서 관심을 보인 터였다. 유 감독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겸손해했다. 이제 그는 계약 기간 3년이 더해져 2020년 봄까지 전자랜드에서만 10년 동안 ‘오렌지 군단’을 이끌게 됐다. 2009~2010 시즌 감독대행을 포함하면 11년이다. 프로 세계에서 한 팀을 10년 이상 맡는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36년 역사의 국내 프로야구에선 해태 시절 김응용 감독이 유일하고, 20년 역사의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뿐이다. 그런데 유도훈 감독은 우승 한번 못한 사령탑이다. 그가 ‘장수’하는 비결은 뭘까?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전자랜드 제공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전자랜드 제공
유 감독은 현역 시절 빼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리딩 가드를 맡아 빠르고 영리한 플레이를 했지만 스타가 되기엔 2% 부족했다. 서울 용산중·고 시절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2년 선배 허재(52·현 국가대표팀 감독)와 이민형(52·고려대 감독)에게 쏠렸다. “고3 때는 연·고대만 빼고 모두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고 했다. 막판에 연세대의 제의로 ‘운 좋게’ 신촌 독수리의 일원이 됐지만 식스맨 생활이 더 길었다. 실업팀 현대전자에서도 마찬가지. “‘태릉 밥’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그는 꿈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신산’ 신선우(61·현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감독 밑에서 대전 현대-전주 케이씨씨(KCC)-창원 엘지까지 10년 동안 코치로 ‘내공’을 다졌다.

그가 2007년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안양 케이티앤지(KT&G·현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당시 서른살 주희정은 “농구도 더블헤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비시즌 동안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체력훈련을 한 덕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가 맡은 팀은 뚜렷한 스타도 없고, 높이가 뛰어난 팀도 아니다. 그런데도 ‘다윗의 힘’으로 골리앗을 혼쭐내곤 했다.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유도훈표 농구’의 비밀은 반발짝 더 뛰는 농구다. 그러려면 체력이 따라야 하고 수비가 강해야 한다. 톱니바퀴 조직력도 필수다. 오직 믿을 건 훈련뿐이다. 선수를 다그칠 때 목소리는 단호하고 눈빛은 매섭다. 그래서 ‘독종’. ‘레이저 눈’ 같은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훈련장 밖에선 딴 사람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아직 실력은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인간성은 좋다”며 허허 웃는다. 그가 케이티앤지 감독 시절, 외국인 선수 2명이 농구장을 찾은 취재기자에게 90도로 인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절대 선수 탓을 하는 법이 없다. 허물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전자랜드는 창단 뒤 한번도 챔프전에 오른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그의 소원은 단 하나, “전자랜드에서 우승하는 것, 오직 이뿐입니다.”

그의 애창곡은 ‘내가’다. 말없는 방랑자 같은 농구 인생에 그는 돌이 되겠노라고 노래한다. 작지만 단단하고 결코 부서지지 않는 ‘차돌’. 바로 ‘유도훈표 농구’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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