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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스리’를 위하여…늦깎이 마라토너들의 꿈

등록 2017-04-20 19:18수정 2017-04-20 21:51

[스포츠 온] 일산호수마라톤클럽

고양운동장·호수공원 일주일 세번
10~30㎞ 뛰며 프로 못잖게 훈련
처음엔 완주→4시간→3시간 목표
㎞당 4분15초 안에 뛰어야 가능
69살 김일만씨 “또 서브 스리 꿈”
김일만(주황색 상의)씨 등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이 18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트랙을 돌고 있다. 주중 훈련에는 보통 25~35바퀴(10~15㎞)를 달린다.
김일만(주황색 상의)씨 등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이 18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트랙을 돌고 있다. 주중 훈련에는 보통 25~35바퀴(10~15㎞)를 달린다.
18일 오후 6시30분께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 서너명이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옷을 갈아입은 뒤 가벼운 스트레칭 이후 곧바로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낮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 5시께 그쳤고, 7시가 넘어서면서 인원은 금방 10여명으로 불어났다.

오프라인 모임 중 최대 규모인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은 정시에 모이지는 못해도 일주일에 세차례는 함께 달린다. 지난달 2017 대구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대회 3000m(65~69살 부문)에서 우승(11분01초32)한 김일만(69)씨도 이곳 회원이다. 그는 “국제대회라고 우승하니까 애국가도 틀어주고 기분이 좋더라”며 활짝 웃었다.

김일만씨는 6년 전 60대가 넘어 뒤늦게 마라톤을 시작해 2년 만에 ‘서브 스리’(3시간 이내에 마라톤 완주)에 들었다. 그는 “살이 붙지 않는 몸을 타고났다고 거만을 떨었는데 운동 안 하니 예외가 없더라”며 “체중이 10㎏ 정도 불으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년 연속 서브 스리에 실패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다시 들긴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3시간1분이거나 3시간00분34초 등 조금씩 부족했다. 하지만 오기도 생기고 해서 더 열심히 훈련했고, 지난달에 서브 스리에 들었다”고 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그의 기록은 2시간59분22초였다. 서브 스리는 전체 4% 정도만이 달성할 정도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이다.

13년째 활동하고 있는 지정배(55)씨는 “기네스북에 만 69살과 71살에 서브 스리를 달성한 사람은 있어도 70살에 달성한 사람은 없다”며 “70살인 내년에도 3시간 안으로 들어오면 기록보유자가 될 것”이라고 부추겼다. 김일만씨는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아는 거지만 어쨌든 꼭 달성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달리기는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모든 운동의 기본일 만큼 장점이 많다. 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단점이 있다. 길게는 5시간까지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마라토너들은 그들만의 단계를 구분해 목표를 삼고 있다.

곽운용(53) 훈련부장은 “처음에는 마라톤 완주가 목표겠지만, ‘서브 포’(4시간 이하)는 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2.195㎞를 4시간 안에 완주하려면 걷거나 쉬어서는 불가능하다. 서브 포는 마라톤을 뛰어서 완주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설명이다. 곽 훈련부장은 “4시간 안에 들면 3시간39분, 3시간29분 등 10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3시간9분 이하일 때는 싱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서브 스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한계치에 가까워 단 몇초 차이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서브 스리에 들기 위한 이들의 계산법은 이렇다. “㎞당 5분30초에서 5분40초 사이에 뛰어야 4시간 안에 들 수 있다.” “서브 스리를 하려면 4분10초에서 4분15초는 뛰어야 한다. 그래야 종반 지친 상태에서도 1~2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김일만씨는 지난달 ‘서브 스리’를 달성한 데 이어 2017 대구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대회 3000m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일만씨는 지난달 ‘서브 스리’를 달성한 데 이어 2017 대구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대회 3000m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발족한 일산호수마라톤클럽은 화요일·목요일 저녁에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일요일에는 오전 6시에 호수공원에 모여 장거리를 뛴다. 주중에는 통상 10~15㎞(25~35바퀴)를 달리고 일요일은 30㎞ 이상을 소화한다. 온라인 회원까지 1404명이지만 실제로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350명 정도다. 평일에는 50여명, 일요일 모임에는 150~200명 정도 모인다. 초보자인 ‘자라팀’부터 최고수들인 번개팀까지 6개 반으로 나뉘어 자신의 기록에 맞는 훈련을 하고 있다.

국내 마라톤 동호인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정배씨는 “구제금융 이후 2000년도 초반에는 마라톤 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뛰다 보면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자신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운동하면 힘들 때 의지가 되고 고비를 넘길 수 있다”며 독립군(소속 없이 홀로 뛰는 사람)보다는 함께 뛰는 것을 권했다.

곽 훈련부장은 “나이 들어 오래 달리면 무릎을 다친다고 말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뛰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일 뿐”이라며 “마라톤 자체가 무리한 운동임은 분명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으로 무릎을 둘러싼 근육을 단련시키면 부상 없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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