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이 지난 3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키포토 제공
“아이스하키 꼭 보고 싶네요.”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이 세계 16개국 최강 그룹인 ‘월드챔피언십’에 들어가면서 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한 경기인은 “내년 평창올림픽에선 아이스하키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린다.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좁은 공간에 퍽을 집어넣는 것은 묘기 수준이다. 격렬한 충돌과 순식간에 뒤바뀌는 공수 전환의 박진감에 빙판을 찾은 팬들은 금세 매력에 푹 빠진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개폐회식 다음으로 티켓값이 가장 높은 종목도 아이스하키다. 결승전은 90만원인데, 전례를 보면 암표 가격은 몇 배나 더 뛴다.
평창올림픽은 최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의 선수단 불참 방침 발표로 흥행에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르네 파젤 회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노조의 협상력에 따라 막판 번복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백지선호가 ‘키예프의 기적’으로 불리는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이뤄낸 것은 쾌거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아이스하키팀은 모두 12개로 이미 조편성은 끝났다. 5~21일 독일과 프랑스에서 공동 개최하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월드챔피언십이 끝나면 랭킹에 따라 올림픽 조별 예선 경기일정이 확정된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도 “팀별 대진표가 나오면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다. 백지선호 효과로 올림픽 아이스하키 티켓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그동안 평창올림픽 전망을 물으면 “최선을 다하겠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A조에 편성된 캐나다, 체코, 스위스를 상대로 1승을 거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챔피언십에 당당히 입성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올림픽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5월에 대표팀을 소집하고 7월에는 해외 원정을 떠난다. 11월부터는 올림픽 체제로 본격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팀 소집에 15~17명을 보내는 안양 한라는 2017~2018 아시아리그에서 팀 전력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표팀이 선전해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과 시장을 넓히면 바랄 나위가 없다. 다른 실업팀인 하이원과 대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1년6개월 중 9개월을 선수들과 합숙 훈련하는 혜택을 받았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지원이다. 다만 선수단이 올림픽에서 기량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히딩크와의 비교를 거부하는 백지선 감독이라면 상상하기 힘들었던 올림픽 1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