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유망주 장연학이 26일 서울 태릉선수촌 역도훈련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역도를 하면 키가 안 자란다고요? 저를 보세요. 제 키가 180.2㎝입니다.”
역도 유망주 장연학(20·한국체대)은 대답에 주저함이 없었다. 갓 스무살 청년. 아직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을 텐데도 입담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은퇴 후 꿈이 연예인이란다. 유니버시아드 국내 선발전 85㎏급 인상(바벨을 한번에 들어올리는 방법)에서 한국 주니어 신기록(160㎏)을 작성한 ‘역도 유망주’ 장연학을 지난달 28일 태릉선수촌 역도훈련장에서 만났다. 그는 기록으로, 입담으로 침체된 역도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장연학은 8월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만 타이베이)에서 메달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85㎏급 인상에서 대회 신기록(168㎏)을 경신하는 게 목표”라고 응답했다.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목표다. 그의 공식 최고기록은 160㎏이지만 최근 연습 과정에서 166㎏까지 들어 올려 대회 신기록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85㎏급인 장연학은 평소 몸무게가 83~84㎏에 불과하다. 평소 87~88㎏을 유지하다가 체중 감량을 하는 선수들에 비해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그는 하루 다섯끼를 먹지만 살을 찌우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역도 선수는 키가 180㎝ 정도라면 100~105㎏급까지도 소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통 인상보다 용상이 강한 반면, 장연학은 인상 기록이 더 좋은 이유다.
연주원 역도 국가대표 코치는 “연학이는 순발력이 좋고 유연한데 상체 근력이 부족하다”고 평하면서도 “무엇보다 집중력이 좋기 때문에 상체만 더 키우면 기록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도 선수는 통상 20대 후반을 전성기로 보고 있다.
장연학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역도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의 유일한 운동부가 역도부였다는 점도 인연이었다.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에 부닥쳤지만 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는 말로 설득했다. 중3 때 소년체전 56㎏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장연학이 정작 힘들었던 시기는 스스로 회의가 들었을 때였다. 충남체고에 진학한 이후 운동은 힘들었고, 기록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고3 때 실격패를 한 뒤 홧김에 운동기구를 걷어차 발등의 뼈가 부러졌다. 역도 선수로서 갈림길이었다.
장연학은 “운동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경호원 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그동안 운동한 게 아까우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4월에 수술을 받은 뒤 전국체전이 있던 10월까지 반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와 함께 훈련을 했다. 그는 전국체전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역도 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당시 인상에서 대회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땄고, 용상에서 은메달, 합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연주원 코치는 장연학의 장점으로 집중력과 순발력을 꼽았다. 장연학은 대회가 다가오면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집중력을 키운다고 한다. 손에 분을 바르고 봉을 잡고 발의 동작과 함께 들어 올리는 모습 등 자신이 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섬세하게 상상한다고 한다. 그는 “시합이 다가오면 잠자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찬다”고 소개하고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복훈련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연학은 이제 갓 기량을 꽃피우는 유망주지만 그의 꿈은 이미 은퇴 이후까지 펼쳐져 있었다. 우선 첫 성인 국제무대가 될 내년 8월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에서 3위 안에 입상한다. 그리고 2년 뒤인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스포트라이트 속에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 오른다. 그는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에는 은퇴해 강호동 선배나 서장훈 선배처럼 연예계에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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