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아이스하키 카드놀이에 그분이 나왔어요.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된 거죠.”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비디오분석관인 재미동포 샘 킴(32)은 백지선 감독을 처음 알게 됐을 때의 충격부터 들려줬다. 카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가 한국 출신이었고, 그래서 ‘한국인 최초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20여년이 흐른 지난해 9월 그가 한국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한배를 탔다.
미국에서 태어난 샘 킴은 고교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하지만 보스턴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학업에 치중하면서, 대학 아이스하키팀에서는 자원봉사로 비디오 분석을 도왔다. 졸업 뒤에는 아예 진로를 아이스하키 비디오 분석 전문가로 바꿨다. “부모님은 보수도 많지 않은 곳에서 무얼 하느냐? 살길을 찾으라”며 성화였지만 아이스하키가 좋아 링크를 떠날 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던 백 감독의 요청으로 지난해 대표팀에 합류한 뒤로는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샘 킴은 “외국에서는 공격과 수비, 상대팀 분석에 2~3명의 전문인력이 달라붙는다. 한국대표팀에서는 혼자 다 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다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불평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의 업무는 대표팀 경기 영상을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편집하는 일이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 팀의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찾아서 내려받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계대회에서 맞설 상대팀의 동영상을 구하는 일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는 “과거 경기 비디오라도 얻으려고 상대팀의 트위터 등에 들어가 그 나라 국민인 양 행세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백 감독을 가까이서 도우면서 느끼는 것도 많다. 샘 킴은 “백 감독은 언제나 팀을 강조하고, 잘하고 싶다면 24시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1년 전보다 선수들의 기술·정신·자신감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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