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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 분리해 버릴까요?”라니…

등록 2017-05-24 15:09수정 2021-01-06 14:51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새 정부 체육정책 실세의 고압 발언
‘운동기계’ 키운 입안자들 반성부터
더 낮은 자세로 현장 목소리 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체육인대회에 참석해 체육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체육인대회에 참석해 체육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2003년 봄으로 기억된다. 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각 분야에서 개혁 분위기가 넘칠 때였다. 우연히 새 정부의 체육정책 전문위원을 만난 적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고 하는데,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완장 찬 점령군’으로 지금도 기억이 남아 있을 정도로 그때 점심 자리는 개운치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체육인들의 기대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 대선 후보들이 4월 체육인들 앞에서 한 공약도 기억이 난다. 문 대통령은 스포츠 시설과 예체능 수업 확대,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과 체육인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유승민 후보나 심상정 후보가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를 현재의 두배인 5천여명으로 늘려 학교당 한명씩은 배치하면서 정규직화하겠다는 공약도 생생하다.

지난주 우연한 기회에 새 정부 체육정책의 중요 역할을 할 4선의 막후 실력자를 만났다. 그런데 첫마디부터가 충격적이었다. “새로운 체육차관은 누가 되면 좋겠어요?” “대한체육회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예 분리시켜 버릴까요?” “이사회 가운데 체육을 고민해본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집권당 실력자로 차관 인사에 대해서는 언제든 의견을 수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용하게 알음알음하면 된다. 체육회를 분리하느니, 이사회 구성원을 물갈이해야 하느니 하는 얘기는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사고로 체육을 대한다면 정권 차원에서도 치명적이다.

새 정부는 산적한 체육개혁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한번에 해결할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하고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운동기계’를 만들어 올림픽 메달을 따도록 하는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은 혁파돼야 한다. 하지만 1972년 체육특기자 제도 도입 이래 45년간 선수로 대접하다가, 하루아침에 ‘너희들은 학생’이라고 요구할 때는 섬세한 배려나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윽박지르기 전에 교육부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동안 우리가 잘못했다”고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나 선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그게 힘든 일이라면 쉬운 것부터 바꿔야 한다. 가령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2배 확충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사업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중심으로 실천하고 소통하면 체육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래야 정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다. 대한체육회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함께 나가는 게 옳다.

단 한번도 체육정책다운 정책이 없었던 지난 정권과 다른 체육개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겸손하고 또 겸손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크게 칼을 휘둘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체육 개혁에 업적을 많이 세운 새 정부의 실력자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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