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식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25일 오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 배구 체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경기도 용인시 삼성휴먼센터의 삼성화재 배구단 체육관에는 최근 다섯번째 표어가 붙었다.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本立道生)’
삼성화재는 2016~2017 시즌 4위를 기록하며 프로배구 브이(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배구 진출이 좌절된 뒤 임도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신진식(42) 감독을 선임했다. 삼성화재 3대 사령탑을 맡아 ‘명가 재건’에 나선 신 감독을 25일 삼성화재 체육관에서 만났다. 신 감독은 1996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2007년까지 선수로 뛰었고, 은퇴 뒤 배구 해설위원과 홍익대 감독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삼성화재에서 3년간 코치로 일했다.
신진식 감독은 “감독직 제의를 받고 기분은 좋았지만 생각보다 빠른 감이 있어 부담감이 더 컸다”며 “처음 감독이 됐기 때문에 기초부터 다시 다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 삼성화재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범실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3위나 4위 등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삼성의 팀 색깔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오케이(OK)저축은행(935개), 한국전력(900개)에 이어 세번째(881개)로 범실이 많았다.
신 감독의 해법은 기본에 다시 충실하자는 것이다. 신 감독은 “배구는 1~2점 차이 때문에 이기고 진다. 기본기를 튼튼히 해야만 결정적인 1~2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월말~6월초가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지만 겨울리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기와 체력을 쌓기 위해 가장 힘든 체력훈련을 소화해야 하며, 7월 이후에는 팀 훈련을 시작한다.
신진식 감독은 현역 시절 ‘갈색 폭격기’로 이름을 날렸지만 수비도 뛰어났다. “공격은 공이 잘 올라오고 컨디션만 좋으면 누구나 잘 때릴 수 있다. 또 때리는 자세는 개인마다 달라서 공격 방향 정도만 조언해줄 수 있다”면서 역설적으로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1995년 창단해 1996~1997 슈퍼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9년간 겨울리그 우승과 7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05년 브이리그 출범 이후 2014~2015 시즌까지 한차례도 챔프전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삼성화재는 한때 우수 선수를 싹쓸이한다는 비난을 들었고, 브이리그 출범 이후에는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몰빵 배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몰빵 배구’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그는 “배구는 득점력이 높은 선수를 중심으로 팀플레이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45~50% 정도는 해줘야 한다. 공격수들이 많은 대한항공만 38% 정도이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라며 “지난 챔프전 때 문성민(현대캐피탈)은 60% 넘는 공격점유율을 보였지만 아무도 몰빵 배구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쩌면 삼성화재가 많이 이겼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 시절에도 너무 많이 이겨서 욕도 많이 먹었다며 웃음지었다. “우승하면 좋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두려워 훈련을 더 열심히 했지만 (경쟁의식 때문에) 다른 팀 선수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팀에도 학교 동기나 선후배가 많았지만 대결 구도가 생기면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신진식 감독은 ‘명가의 조건’에 대해 “계속 정상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명가 재건’은 결국 성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남자배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우리카드 센터 박상하(31)를 4억2000만원에 영입했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 등도 나섰지만 신치용 단장이 던진 “함께 우승하자”는 말이 박상하의 마음을 잡았다고 한다.
신진식 감독은 “박상하 영입에 따른 보상 선수가 나가고 나면 인력 보강은 거의 끝난다. 트레이드도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팀과 맞는 카드가 없어 올해는 이 멤버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포지션 파괴나 스피드배구 등 다양한 배구를 말하지만 (선수들이) 아직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한다. 지금은 틀을 깨기보다는 틀을 더 단단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