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온아(SK 슈가글라이더즈)가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에스케이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마치 전쟁 같았다. 전반 종료 직전 조아람(SK)과 최수민(서울시청)이 몸싸움을 하다 엉켜 넘어지자 서로 말다툼을 벌였다. 두 팀 선수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과장된 몸짓으로 기싸움을 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약한 에스케이 김온아도 “분위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골을 넣은 뒤 뒤풀이 동작을 크게 했다.
경기는 숨 막히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승부를 가리기엔 정규시간으론 모자랐고, 연장까지 치렀다. 21번의 동점과 13번의 역전을 주고받은 끝에 에스케이(SK) 슈가글라이더즈가 서울시청을 따돌리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에스케이는 12일 서울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7 에스케이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3전2승제)에서 서울시청을 연장 접전 끝에 31-30으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들며 2012년 여자부 8개 팀 가운데 막내팀으로 창단한 이후 처음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전 3경기가 모두 1골 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에스케이 강경택 감독의 심판 사전접촉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강 감독은 챔프 1차전 전날인 지난 8일 강태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겸 심판부장과 스웨덴 출신 심판들의 저녁식사 자리에 나타난 사실이 밝혀져 3차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원근 에스케이 단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독 징계를 “상대팀의 장외 플레이”로 표현해 서울시청 쪽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포스트시즌에서 판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초대한 스웨덴 심판 대신 국내 심판들이 맡았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오늘은 남자부 챔프전 등 두 경기가 예정돼 여자부는 국내 심판을 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에스케이는 27-27이던 후반 종료 20초 전 유소정의 골이 공격자 반칙으로 선언돼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연장 전반에는 2분여를 남기고 서울시청 송해림과 최임정의 잇단 ‘2분 퇴장’으로 에스케이가 골키퍼를 빼고 6-4의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29-28 한 골을 앞서는 데 그쳤다. 서울시청은 29-30으로 뒤진 연장 후반 종료 2분 전 에스케이 유소정의 2분 퇴장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김온아에게 되레 골을 허용해 땅을 쳤다. 서울시청은 권한나의 골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유소정이 두 팀 최다인 10골을 넣었고, 김온아(8골)-선화(7골) 자매도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전에 오른 서울시청은 막판 체력이 떨어지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에스케이 강경택 감독 대신 팀을 이끈 이기호 코치는 “선수들에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즐겨보자고 했는데 제대로 즐긴 것 같다”며 기뻐했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온아는 “이적 후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부진했는데 올해 우승을 거둬 기쁘다”며 “(감독님의 출장정지로) 동요는 있었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남자부 챔피언전 2차전에선 두산이 인천도시공사를 24-20으로 꺾고 1승1패를 이뤘으나 골득실 차로 3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두산은 1차전에서 21-22로 져,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4골 차로 이기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두산 정의경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전에서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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