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개틀린(왼쪽)이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런던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사인 볼트(오른쪽)를 향해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펜타 프레스 연합뉴스
“가짜뉴스가 아닙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의 충격적인 패배를 이렇게 표현했다.
볼트는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저스틴 개틀린(9초92)과 그리스천 콜먼(9초94·이상 미국)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다. 올 시즌 1위 기록(9초82) 보유자인 콜먼이 가장 빠른 스타트(출발반응 0.123)를 보인 가운데 볼트의 출발반응은 0.183으로 8명 중 7번째였다. 볼트는 중반 이후 콜먼을 추격했으나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력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3위에 머물렀다. 반면 3번째로 빠른 반응을 보였던 개틀린(출발반응 0.138)은 막판 스퍼트로 콜먼을 제치고 우승했다.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세계육상선수권 100m 금메달이었다.
볼트는 이날 대회 14번째 메달(금 11, 은 2, 동 1개)을 추가해 멀린 오티(57)의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100m·200m·400m계주)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에 만족해야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볼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두 차례나 콜먼에게 뒤진 것을 뜻밖의 사실로 받아들인 반면, 영국 언론들은 볼트의 패배에 좀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디언>은 “개틀린이 볼트의 작별 파티에 불청객처럼 난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텔레그래프>는 “두 차례 약물복용 경력자인 개틀린이 마지막 무대에서 승리하면서 볼트의 전설적인 경력은 악몽 같은 결말을 맺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영국의 <비비시>(BBC)는 “콜먼이 초반 기세로, 개틀린이 막판 스퍼트로 볼트를 눌렀다. 미국 스프린터의 좋은 조합”이라고 100m 결승을 분석했다.
이날 런던 올림픽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10년간 군림했던 ‘단거리 황제’의 마지막 무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볼트가 3위에 그쳤음에도 관중들은 우승자가 아닌 볼트를 연호했다. 반면 개틀린은 우승 뒤 볼트에게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로 볼트를 예우했지만 관중의 야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볼트는 경기 뒤 “늦은 출발이 내 발목을 잡았다. 예전에는 레이스 중에 회복했는데 이번에는 실패했다. 이런 레이스를 펼친 것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 경기라는 걸 의식하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마지막 100m 결승에서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예선전이 끝난 뒤 스타팅 블록에 대해 불평하기도 했던 그는 “결승전에서도 스타팅 블록을 찰 때 편안함이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조건이다. 불평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개틀린은 정말 훌륭한 경쟁자다. 예전부터 개틀린과 달릴 때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칭찬했다. 볼트는 13일 오전 5시50분 열리는 남자 400m 계주에서 현역 마지막 경주를 벌인다.
한편, 볼트 등장 이후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개틀린은 마지막 대결에서 볼트에게 승리한 뒤 “정말 꿈만 같은 일”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볼트는 모든 걸 이룬 스포츠 스타다. 그와 경쟁하고자 나는 최선을 다했고,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며 “예선, 준결승에서도 야유를 들었지만 야유를 벗어나고자 더 열심히 달렸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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