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중인 한국 남자 대표팀이 17일 새벽 0시30분 필리핀과 4강행 티켓을 다툰다. 국제농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광복절날 ‘숙적’ 일본을 꺾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에 진출한 한국 남자 대표팀이 17일 새벽 필리핀과 4강행 티켓을 다툰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피바 랭킹 30위이고, 필리핀은 27위다. 하지만 랭킹은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도 우리나라보다 랭킹이 13계단이나 낮은 레바논(43위)에 66-72, 6점 차로 덜미를 잡힌 반면, 랭킹이 10계단이나 높은 뉴질랜드(20위)는 76-75로 물리쳤다.
필리핀은 미국의 영향으로 전통적으로 농구 인기가 높은 나라다. 최근엔 실력도 만만치 않다. 2013년과 2015년 이 대회에서 잇따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3연승을 거둬 8강에 직행했다. 특히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피바랭킹 14위 중국을 96-87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는 한국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레바논에 진 뒤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0년 이후 한국과 필리핀의 아시아경기대회와 아시아선수권(아시아컵) 맞대결 전적은 4전 3승1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그러나 3승 가운데 2승이 2점 차 승리였고 네 경기 모두 한 자릿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접전을 벌였다.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키는 크지 않지만 개인기와 외곽슛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키 190㎝로 한국(196㎝)보다 6㎝나 작다. 하지만 팀 평균 튄공잡기에서는 39.7개로 38.3개인 한국보다 되레 더 많다. 평균 키 201㎝인 중국을 첫 경기에서 9점 차로 꺾었다는 점에서 높이에 약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필리핀은 유독 귀화·혼혈 선수가 많다. 골밑에는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스탄다르딩거(28·201㎝)와 자페스 아길라(30·208㎝), 게이브 노르우드(32·198㎝) 등이 버티고 있고, 가드진에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제이슨 카스트로 윌리엄(31·175㎝)이 건재한다. 또 테런스 로메오(25·179㎝), 캐나다 출신 매슈 라이트(26·187㎝) 등의 득점력도 경계 대상이다.
이에 맞서는 우리나라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 오세근(30·200㎝)을 비롯해 김종규(26·206㎝), 이승현(25·197㎝), 이종현(23·203㎝) 등이 지키는 골밑이 든든하다. 가드진은 경험이 풍부한 김선형(29·187㎝)과 박찬희(30·190㎝)가 있고, 슈터는 이정현(30·191㎝), 전준범(26·194㎝), 허웅(24·186㎝), 임동섭(27·198㎝) 등 신구조화가 이뤄져 있다.
한국은 필리핀 팬들이 지배할 경기장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한다. 피바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000명이 넘는 필리핀 농구 팬들이 레바논 베이루트를 찾아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