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일 새벽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이란과의 4강전에서 81-87로 졌다. 국제농구연맹 누리집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03년 이후 14년 만의 아시아컵 결승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30위)은 20일 새벽(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이란(25위)에 81-88로 졌다. 한국은 21일 0시30분 호주(세계 10위)에 79-106으로 진 뉴질랜드(세계 20위)와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에 76-75, 1점 차로 이긴 바 있다.
이란은 최근 5차례의 이 대회에서 2007년과 2009년, 2013년 정상에 오르는 등 아시아 남자농구에서 중국과 함께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피바 랭킹도 이란은 25위로 30위인 우리나라보다 높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키 218㎝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경기 초반 기선은 이란이 잡았다. 우리나라는 하다디가 버틴 이란의 높이에 압도당하면서 1쿼터 한때 6-27, 21점이나 끌려갔다. 지난해 피바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서 이란과 두 차례 만나 모두 30점 이상 크게 패한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2쿼터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전준범(모비스)이 3점슛 3개를 몰아치며 점수 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2쿼터 5분 동안 상대를 무득점에 묶은 채 15득점을 퍼부었다. 3분여 전에는 29-31, 2점 차까지 추격했다. 특히 이승현(상무)이 전담 수비수로 나선 하다디에게 전반 자유투로만 2점을 내주며 잘 틀어막았다.
전반을 33-39까지 따라간 한국은 3쿼터에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39-48에서 이승현, 전준범, 오세근(KGC인삼공사)의 연속 득점으로 46-48까지 따라붙었고 3쿼터 종료 3분 46초 전에는 이정현(KCC)의 3점 슛으로 51-51,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1쿼터 초반 21점 차 열세를 다 따라잡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어 허웅(상무)의 3점 슛으로 54-51, 역전까지 이뤄냈고 한때 6점 차까지 앞서는 등 3쿼터를 61-57로 앞섰다.
그러나 한국은 4쿼터 마무리가 아쉬웠다. 접전 상황에서 이정현이 4점 플레이에 성공하며 종료 5분 51초를 남기고 71-7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란은 사자드 마사에키의 2득점과 모함마드 잠시디의 3점 슛으로 75-71로 재역전했다.
한국도 오세근의 3점 플레이로 다시 75-74까지 따라붙었으나 이란은 이때까지 야투 성공이 없었던 하다디가 골 밑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종료 3분 24초를 남기고 79-74로 달아났다.
한국은 종료 47초 전 허웅의 자유투 2개로 78-81을 만들며 마지막 상황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은 종료 27초를 남기고 골 밑에서 하다디의 패스를 받은 아살란 카제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을 올려놓으며 5점 차를 만들었다.
한국은 하다디를 7점으로 묶는데
성공했지만 14튄공잡기 8도움주기를 내줬고, 야크첼리에게 21점, 미국 오리건대 출신 카제미에게 19점 10퀸공잡기를 내준 게 아쉬웠다. 한국은 오세근이 21점 5튄공잡기 3도움주기로 활약했고, 전준범은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3점슛을 6개나 터뜨리며 20점을 기록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 20일 준결승 전적
한국 81-87(13:30/20:9/28:18/20:30) 이란
호주 106-79 뉴질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