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무궁화전자 조현석이 지난 19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7 케이더블유비엘(KWBL) 휠체어농구리그 경기에서 제주도청 송창헌(왼쪽) 등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제공
체육관에 들어서자 여느 프로구단 홈구장처럼 감독·코치와 선수들의 대형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경쾌한 음악 소리도 프로농구 코트와 다를 게 없다. 팀당 1명씩 외국인 선수도 둘 수 있다. 관중석은 거의 텅 비어 있지만 코트의 열기만큼은 프로농구 못지않다. 빠르고 격렬하다. 속공을 저지하려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휠체어를 굴린다. 상대가 너무 강하게 파울을 하는 바람에 휠체어와 함께 코트에 나뒹굴기 일쑤다. 휠체어를 좌우로 비트는 동작도 현란하다. 슛도 정확하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감항묵 팀장은 “비장애인들은 서서 3점슛 넣기도 어려운데 이들은 앉아서 쏘는데도 정확하다”고 했다.
일요일인 지난 19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선 2017 휠체어농구리그 막바지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낱 희망을 가진 고양홀트와 최하위팀 대구시청의 경기. 골밑슛이 림을 돌아 나오자 고양홀트 여성 사령탑 김용희 감독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른다. 골밑에선 튄공잡기 다툼도 치열하다. 수비수들은 손을 뻗어 인간 숲을 만들어 상대 슛을 저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총재 변효철)이 주최하는 휠체어농구리그는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출범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우리나라 휠체어농구 18개 팀 가운데 최상위 5개 팀이 9월부터 4개월 동안 팀당 12경기로 챔피언을 가린다. 원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제주도청은 최강팀이다. 그런데 이날 ‘복병’ 수원 무궁화전자에 경기 종료 16.5초 전 역전골을 허용했다. 58-59. 하지만 제주는 8.7초 전 기어이 재역전골을 넣고 10전 전승을 이어갔다. 다음달 15~17일 2위 서울시청과 챔피언결정전(3전2승제)이 확정됐다.
대구시청 외국인 선수 모리야 유키타카(오른쪽)가 지난 19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7 케이더블유비엘(KWBL) 휠체어농구리그 경기에서 고양홀트 조승현(왼쪽)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제공
선수들의 고용 형태는 다양하다. 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수원 무궁화전자는 모든 선수들이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운동하는 구조다. 가장 바람직한 실업팀 모델이다. 서울시청의 경우 전업 운동선수들이지만 계약직인 게 아쉽다. 나머지 팀들은 절반가량만 전업 선수이고, 나머지 선수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전체 득점 1위 조승현(34·고양홀트)은 9살 때 골육종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의족을 끼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농구를 하다가 휠체어농구 스타가 됐다. 고양홀트에서 체육교사를 겸하는 그는 “휠체어농구는 팀플레이를 해야만 이길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제주도청 김동현(29)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파 선수다. 숙소와 승용차를 제공받으며 해마다 4개월가량 네 시즌째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고 있다. 6살 때 교통사고로 역시 오른 다리를 절단한 그는 “코트 안에선 누구도 장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휠체어농구는 세계 10위권이다.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란과 정상을 다툰다. 규칙은 일반 농구와 거의 같다. 공을 가지고 3회 이상 휠체어를 굴리면 트래블링 반칙이다. 다만 더블드리블은 없다. 출전 선수 5명의 장애등급 합계가 14점을 넘어선 안 된다. 등급은 1.0부터 4.5까지 표시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하다. 휠체어농구연맹 이영식 사무처장은 “중증 장애인의 기회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이기는 경기가 휠체어농구”라며 웃음지었다.
제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