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교동도 삼선리 실내게이트볼경기장에서 주민들이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화투가 싹 사라졌어요.”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도는 강화도에서도 좀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돼 강화도와 이어졌지만 여전히 인근 군부대장의 출입 허가가 필요한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지난 13일 교동면 삼선리 실내게이트볼경기장에서 생활체육으로 게이트볼을 즐기는 주민들을 만났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게이트볼 경기가 시작되면서 돔구장 안은 금세 열기로 달아올랐다. 초록색 인조잔디에서 진행된 경기는 정식 심판을 두고 있고, 선수들 대부분이 손목시계형 점수계산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이트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모두 프로 선수였고 젊었다.
안병집 교동 분회장은 “교동에는 17개 리에 1개씩 야외 게이트볼장이 있고, 면 전체로 5개의 실내 게이트볼장이 있다”며 “겨울이 되면 게이트볼을 하면서 고구마를 구워 먹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강화군에 있는 1개의 여성 전용 게이트볼장도 이곳 교동면에 있다. 주민 3200여명의 절반 이상이 게이트볼 회원으로 강화군은 물론 인천광역시 게이트볼의 중심이기도 하다.
차학선 교동면 분회 고문은 “지방자치 민선 1기 때인 1990년대 중반 처음 게이트볼을 보급했다. 한두곳에 게이트볼장을 만들었더니 다른 곳에서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많이 늘었다”며 “지금은 노인이나 젊은이 할 것이 없이 대부분이 한다”고 설명했다. 애초 65살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하던 게이트볼은 젊은이들도 함께하는 생활체육으로 확대됐다. 이곳은 주민들 대부분이 벼농사를 짓고 있어 서로 생활리듬이 비슷하다는 점도 게이트볼이 활성화된 이유 중 하나이다. 농번기에는 고령자 위주로 운동하고 겨울에는 젊은이들도 함께 즐기는 강화도 교동의 대표적인 생활체육이다.
게이트볼 인구가 많다 보니 마을회관마다 인천시는 물론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와 상장들이 즐비하다. 안병집 분회장은 “예전에는 우리가 전국대회 등에 나가면 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요즘은 견제가 심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정식대회에서 게이트볼은 한 팀당 5명씩으로 구성된다. 1명이 1개의 공으로 낼 수 있는 점수는 5점으로, 5명 전원이 총 25점을 얻으면 경기가 끝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려 보통 정식대회에서는 경기당 30분이나 25분으로 시간을 제한한다. 이 시간 안에 두 팀 중 더 많은 점수를 얻은 팀이 이기는 경기다.
게이트볼은 당구와 비슷해서 공을 친 이후 자신의 공을 어디에 배치할지가 중요하다. 안 분회장은 “요즘은 책도 나와서 어떤 각도로 쳐야 다른 공에 맞은 이후 어디로 갈지 다 알지만, 정작 승패는 전략에 따라 70~80%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을 맞히면 계속 경기를 할 수 있다. 반면 공이 코트 밖으로 나가면 다음 자신의 차례에서 코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 팀 공을 징검다리 삼아 다른 팀 공을 코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게이트볼의 핵심이다. 자칫 한번의 실패로 경기가 꼬일 수도 있다. 안 회장은 “게이트볼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얕보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 게 게이트볼”이라고 말했다.
게이트볼은 체력이나 나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어 65살 이상을 대상으로 한 생활체육 종목 중 가장 인기있는 종목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강화도/글·사진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 게이트볼이란?
가로 20m, 세로 15m의 직사각형 경기장에서 티(T)자형 채로 공을 쳐서 게이트를 통과시키는 경기다. 팀당 5명씩 구성돼 선공팀은 붉은색 공, 후공팀은 흰색 공을 사용한다. 득점 방법은 1·2·3게이트 통과 시 1점, 골폴 명중 시 2점이다. 30분 제한시간에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이긴다. 일본에서 고안돼 우리나라에는 1982년 첫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