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65살 이상 ‘어르신 선수’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해마다 열리는 어르신생활체육대회가 2006년 이후 12회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번외경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발 양궁’ 경기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민 10명 중 1명은 65살 이상 ‘어르신’이다. ‘2017 서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평균 나이는 41.1살로 2005년(35.5살)에 견줘 12년 새 무려 5.6살이나 높아졌다. 특히 65살 이상 비율은 같은 기간 7.1%에서 12.7%로 급증했다. 서울시민 1020만4천명 중 65살 이상 노령인구는 130만877명이다. 해마다 5만명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유소년(0~14살) 인구 비율은 16.7%에서 11.5%로 줄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체육복지 진흥 조례’를 제정해 체육복지를 ‘체육 소외 계층인 저소득 노인, 아동, 청소년, 여성 및 장애인 등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동’으로 규정했다. 시장이 체육복지활동을 권장하고 보호 육성할(제4조) 책무 등도 법으로 명시했다. 또 노인들의 정신 건강은 물론 활기찬 노후 생활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생활체육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호응이 뜨거운 행사는 2006년 이후 12회째 이어져온 서울시 어르신생활체육대회다.
해마다 25개 자치구에서 65살 이상 ‘어르신 선수’ 5천여명이 참가해 구별 대항전을 펼친다. 올해는 6개 종목(생활체조, 배드민턴, 게이트볼, 탁구, 파크골프, 족구)과 2개 시범종목(당구, 볼링)이 치러졌다. 또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형 고스톱’, ‘스포츠스태킹(컵 쌓기)’, ‘신발양궁’ ‘대형 제기차기’ 등 기발한 번외경기도 인기다.
전통적으로 서울시 어르신생활체육대회의 백미는 ‘생활체조’다. 25개 자치구에서 어르신 전담 생활체육 지도자의 수업을 받고, 한달 이상 맹훈련한 ‘실버’들의 패권 쟁탈전이 뜨겁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트로트부터 싸이의 ‘뉴페이스’에 이르기까지 노래도 다양하고, 라인댄스, 부채춤, 태권무, 걸그룹 댄스 등 춤도 각양각색이다. 형형색색 야광 머리띠와 화려한 응원도구로 치장한 응원전도 볼거리다. 성동구 대표 김정숙(74)씨는 “우리 팀은 65~84살까지 있다. 일주일에 2번, 하루 1시간씩 한달간 연습한다. 순서를 자꾸 잊어먹기 때문에 반복 연습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집안일을 하다가도 운동 갈 시간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에 맞춰 다 같이 움직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말 즐겁다”고 했다.
12년째 이 대회에 참가해온 ‘베테랑 지도자’ 서울 중구 체육회 김경희 팀장은 “참여 인원과 참여도는 물론 프로그램 수준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회원들이 올해는 언제 나가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고 했다.
올해 어르신체육대회 예산은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섰다. 2012년 4천만원에 견줘 5배나 늘어났다. 스포츠 복지 정책의 중요성과 이에 따른 시의 정책적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다. 예산이 늘면서 참가자 수도 500명 이상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49.6%)과 10만명당 노인 자살률(55.5명)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는 노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최고의 해법이다. ‘스포츠 복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서울시민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울시가 2015년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조사 데이터를 서울 지역에 특화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시민의 79%는 ‘체육활동이 의료비 절감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노령층의 체육활동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60대 51.1%, 70대 57.1%가 ‘건강 유지 및 증진’이라고 답했다. 반면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60~70대는 ‘건강’과 ‘낮은 소득수준’ 등을 꼽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포츠 복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박 시장은 “어르신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생활체육 정책을 강화하면 병원 가는 횟수가 줄어들어 의료비 부담이 낮아진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자살률도 낮출 수 있다”며 “스포츠는 시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최고의 예방 정책이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보람찬 ‘인생 2막’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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