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송창헌(가운데)이 15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7 KWBL 휠체어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서울시청 오동석(오른쪽)과 치열한 공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송창헌(36)은 펄펄 날았다. 전반에만 14득점으로 양팀 합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송창헌은 1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7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챔피언결정전(3전2선승제)에서 15득점·12튄공잡기로 제주가 서울시청을 60-42로 꺾고 먼저 1승을 올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송창헌은 경기 뒤 “오늘 제주지역 텔레비전에서 중계방송도 하고, 관중들도 많아 긴장된 게 사실이다. 휠체어농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긴장됐다”며 “하지만 평소보다 슛이 잘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송창헌은 생후 8개월 때 오른쪽 다리에 소아마비 장애가 생겼다. 제주에서 나고자라 한번도 섬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는 그가 휠체어농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무렵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장애인을 후원하기 위해 제주지체장애인협의회를 찾았다가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갑자기 협회를 찾아갔다가 양복을 입은 채로 휠체어농구를 했다”며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본업까지 그만뒀다”고 말했다.
송창헌은 핸드폰 수리점, 휠체어판매업 등을 하다가 “운동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명감이 생겨” 지금은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아내 역시 농구선수 출신으로 농구교실을 운영하는 비장애인 농구인이다.
올해 초 허리디스크로 한달간 병원에 입원하는 등 4개월 넘게 운동을 쉬다가 복귀한 그는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그는 “우리 팀은 호흡이 잘 맞고 단합도 잘된다”며 “올 시즌 정규리그 12전 전승을 포함해 챔피언전까지 14전 전승 우승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송창헌은 “스스로 휠체어농구를 그만 두기는 싫다. 휠체어농구 저변이 확대돼 은퇴 후에도 생활체육으로 꾸준히 휠체어농구를 하고 싶다”며 웃음지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