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부른 ‘프로배구 오심’ 관계자들이 사상 최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배구연맹(KOVO)은 21일 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케이비(KB)손해보험 경기에서 발생한 심판 판정 오류를 심의한 결과 경기 주심·부심과 경기 운영위원 등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경기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은 무기한 출장 정지,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은 무기한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신춘삼 경기운영위원장과 주동욱 심판위원장에게는 관리 책임을 물어 서면경고를 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역사상 최고의 징계를 내렸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기 및 심판 운영 선진화 작업을 앞당겨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배구연맹은 그러나 팬들이 요구하는 재경기 개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V리그 운영 요강에 따르면 재경기는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거나 중지됐을 때 가능하며 오심 등 경기 내적인 이유는 재경기 사유가 될 수 없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팬들의 분노는 알지만, 어떤 종목도 오심을 이유로 재경기를 하도록 규정된 종목은 없다”고 말했다. 오심 피해자인 케이비손해보험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배구연맹의 공식 사과와 징계 결과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며 “연맹이 추진하는 ‘경기 및 심판 운영 선진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다른 구단과 연계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19일 한전-케이비손보 경기 오심은 결정적인 순간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세트점수 1-1로 맞서던 3세트 20-20에서 케이비손보는 오심으로 1점을 내줬고, 권순찬 감독이 항의하다 경고 누적으로 추가 1점을 허용하며 20-22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21-20이어야 할 점수가 순식간에 역전됐다. 경기는 한국전력의 세트점수 3-1 승리로 끝났다.
오심 논란은 파울을 보지 못한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미숙한 경기 진행 탓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졌다. 애초 주심은 한국전력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을 먼저 선언했으나 한국전력이 케이비손보 양준식의 네트터치에 대해 비디오판독 요청을 하자 이 부문을 판독해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애초 캐치볼이 네트터치에 앞서 선언됐기 때문에 비디오판독의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이날 오심은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및 제안’에도 재경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 21일 오후 현재 512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 개요에는 “네티즌들이 올해 배구 최악의 경기라고 평할 정도인데요. 그래서 이 경기 참관한 감독관과 주부심에게 책임을 묻고 해당 경기 재경기를 강력 요구합니다”라는 요청이 적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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