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이 지난 7일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3차 선발전 겸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심사위원 점수를 기다리는 대기석을 ‘키스 앤 크라이 존’(kiss and cry zone)이라고 한다. 환호와 갈채, 실망과 눈물. 둘 중 어떤 평가를 받든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선수 자신뿐이다. 최다빈(18·수리고)에게 2017년은 환호와 눈물이 뒤섞인 한 해였다. 지난해 2월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내며 ‘삿포로의 여왕’에 등극했다.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톱10에 진입해 한국 여자 피겨싱글의 올림픽 출전권 2장을 따왔다. 그러나 두달 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가운데 발에 잘 맞지 않는 새 스케이트 부츠에 발목 통증까지 더해져 이번 시즌 내내 슬럼프를 겪었다. 2018년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앞둔 최다빈은 더 이상의 눈물 없는 ‘키스 앤 크라이 존’을 꿈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다빈은 무명이었다. 2016년 10월 겨울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최다빈은 2위 김나현(18·과천고)과 4위 박소연(21·단국대)에게 뒤진 5위에 그쳤다. 하지만 발목 부상을 회복하지 못한 박소연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최다빈은 ‘대타’ 기회를 잡았고, 피겨 첫 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피겨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상승세를 탄 최다빈은 부상을 입은 김나현이 역시 출전하지 못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점(191.11점)을 경신하며 종합 10위에 올라 한국에 평창올림픽 여자싱글 티켓 2장을 안겼다.
잘 알려진 대로 최다빈은 ‘김연아 키즈’다. 김연아가 연습을 했던 과천 빙상장에서 다섯살 때 피겨를 시작한 최다빈은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 이가 부러져도 다음날 아이스링크를 또 찾을 만큼 피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점프 신동’으로 불렸던 소녀는 13살 나이에 5가지 트리플 점프 기술(러츠·플립·살코·토루프·루프)을 완성했다. 2013년 최다빈은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주니어 부문 3위를 차지해 ‘우상’ 김연아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당시 최다빈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인 2007년 ‘김연아 장학금’을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최다빈은 7일 끝난 2018 평창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3차 선발전 겸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이 대회에서 ‘짝짝이 부츠’(왼쪽은 2년 전, 오른쪽은 지난해 신었던 부츠)로 발의 불편함을 줄인 최다빈은 총점 190.12점을 받아 1, 2, 3차 선발전 합계점수 540.28점으로 올림픽 출전 후보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최고기록 191.11점에는 조금 못 미치는 점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고 이번 시즌 최고점수를 얻어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다빈은 평창행 티켓을 따낸 뒤 “(돌아가신) 엄마가 (선발전 결과를) 보셨다면 좋아하셨을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그는 “1차 선발전 때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며 “올림픽 때까지 새 기술을 연습하기보다 지금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다듬어 평창에서 깨끗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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