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런 일도】
하딩의 캐리건 피습사건
하딩의 캐리건 피습사건
1994년 1월6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빙상장에서 연습을 끝내고 탈의실로 가던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괴한은 쇠파이프로 이 여성의 무릎을 내리치고 달아났다. 피해자의 이름은 낸시 케리건.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떠오르는 스타로 1994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불과 하루 남겨놓고 있었다.
사건 발생 8일 뒤 용의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케리건의 라이벌인 토냐 하딩의 전남편 제프 길룰리와 그의 친구, 하딩의 경호원 등이 붙잡혔다. 은반 위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하딩은 하루아침에 경쟁 선수를 다치게 한 ‘범죄자’로 전락했다.
하딩은 1990년대 미국 최고 피겨 스타 중 하나였다. 1991년 전미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같은 해 월드컵챔피언십(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알베르빌겨울올림픽 땐 4위를 기록했다. 이때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 케리건이었다. 하딩은 부상을 입은 케리건이 불참한 1994년 전미피겨선수권대회에서 가볍게 1위에 올라 3장이 걸린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부상을 당한 케리건 역시 극적으로 릴레함메르올림픽 무대에 섰다. 케리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응원 속에 미국빙상연맹은 그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는 ‘구제 결정’을 내린 것. 사건 한달 만에 훈련을 재개한 케리건은 부상을 딛고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딩은 8위에 그쳤다.
하딩은 올림픽이 끝난 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법원은 하딩에게 사회봉사 500시간을 명령하고, 벌금 16만달러와 보호관찰 3년의 선고를 내렸다. 그는 1994년 전미피겨선수권대회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미국스케이팅연맹에서 영구제명된 뒤 복서와 카레이서로 변신을 거듭했다. 이 사건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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