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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서 남북 공동입장 ‘한반도기’ 못 만났을 수도

등록 2018-01-12 08:35수정 2018-01-12 09:25

개막식 직전까지 ‘IOC 깃발’ 쓸뻔
김운용·장웅 당시 남북 위원 합심
IOC 철회 끌어내며 극적 결정

단복 확보하려 급히 백화점 돌고
공수된 양복에 한반도기 달기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단의 공동기수 박정철 북한 유도대표팀 감독과 정은순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가 한반도기를 맞잡고 입장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단의 공동기수 박정철 북한 유도대표팀 감독과 정은순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선수가 한반도기를 맞잡고 입장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은 남북관계 해빙기에 이뤄진 정치적 결정이기도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남북한이 서로 합심해 샅바싸움을 벌였고 단복 비상 공수 등 온갖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이뤄졌다.

남북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이은 6·15 공동선언으로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았고, 이런 흐름을 감지한 고 김운용 아이오시 부위원장은 일찍이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아이오시 위원장에게 협력을 요청하면서 구체화했다.

그러나 아이오시는 공동입장 깃발로 한반도기를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세계를 품은 빅맨 김운용>을 보면, 사마란치는 “남북 동시입장 때 아이오시기, 남북 양쪽의 국기 등 3개의 국기를 들고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웅 아이오시 위원이 “그것은 분단 고착이나 다름없다. 지바 세계탁구대회가 열렸을 때 사용했던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가자”고 해 아이오시가 발을 뺐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남북 공동입장이 개막을 앞두고 최종 결정되자 이번에는 “남과 북의 기수가 두명인데 한명은 한반도기를 들고 가고 다른 한명은 ‘Thank you IOC’(생큐 아이오시)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가자”고 끝까지 욕심을 부렸다. 이에 김운용 위원과 장웅 위원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해 철회했다.

갑작스레 결정된 공동입장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은 것은 단복 마련이었다. 올림픽 개막(9월15일)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남과 북이 90명씩 180명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하다 보니 시간이 촉급했다. 미리 비상상황에 대비했던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추석 명절 기간과 겹쳐 대부분 상점이 휴점한 악조건에서 제조업체나 백화점을 찾아다니며 대·중·소 크기의 양복 300벌을 구해 시드니로 공수했다. 시드니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모두 동원돼 양복 가슴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다는 수고를 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애초 남북 공동입장 유니폼 경비를 아이오시에서 대겠다고 했다. 하지만 15만달러를 비용으로 청구하자 3만달러만 주겠다고 했고, 결국 줄다리기를 하다가 4만달러에 타협을 봤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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