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이 25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진천/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하나다.”
사상 첫 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5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격 출항했다. 이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온 뒤 버스를 타고 낮 12시30분께 진천선수촌 빙상장 앞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선수 12명, 코칭스태프 3명)은 이재근 진천선수촌장, 이호식 부촌장,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세라 머리 남북한 단일팀 감독과 선수들의 환대를 받았다.
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 등이 북한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추운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하자 북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안녕하십니까”라며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남한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박수를 치며 입촌을 환영했다. 북한의 박철호 감독이 받은 꽃다발을 머리 남한 대표팀 감독에게 전하자, 머리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환하게 답했다.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박철호 북한팀 감독은 입촌 소감을 묻자, “북남이 하나가 돼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힘과 마음을 합쳐서 이번 경기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경기에서 지겠다는 팀은 없다. 우리의 모든 기술과 육체 등으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영식 이후 식당으로 옮겨서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상덕 대한아이스하키 경기력향상위원장은 “남한 선수들이 ‘더 먹으라’고 했고, 북한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식사했다. 남북 선수들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밝혔다.
머리 남북 단일팀 총감독은 이날 훈련 대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었고, 저녁에는 단일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구체 일정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이어갔다. 단일팀은 2월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벌이고, 평창올림픽에서는 2월10일 스위스전을 시작으로 스웨덴전(12일), 일본전(14일)에 대비해야 한다. 단일팀은 순위결정전까지 총 5경기를 치른다. 머리 총감독은 26일부터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등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한상덕 강화위원장은 “지난해 4월 강릉 세계대회에서 남북이 만났기 때문에 서로 낯이 익은 것 같다. 북한 선수들도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 북의 합류가 전력의 마이너스가 되기보다는 조화되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머리 총감독은 앞서 빙상장의 아이스하키 라커룸의 옷장을 35개로 늘렸고, 남한 선수 2명 사이에 북한 선수 1명 식으로 라커에 이름표를 붙여 선수들이 빨리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표팀의 골리(골키퍼) 신소정은 “새롭게 바뀐 라커룸을 오늘 처음 봤다. 실감이 조금 나는 것 같다. 시간이 없으니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북한 선수들은 남한 선수들과는 달리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한다.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선수단 숙소를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북한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진천/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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