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의 서브 모습. 2018 호주오픈 누리집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새로운 황제’ 등극을 꿈꾸는 정현(22·한국체대). 현재 각각 세계랭킹 2위와 58위에 올라 있는 둘의 사상 첫 대결이 지구촌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나이가 15살이나 차이 나고, 투어 대회 출전 경험에서도 비교가 안 되는 둘은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각) 호주 멜버른파크의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5500만호주달러, 약 463억원) 남자단식 4강전에서 격돌한다.
페더러는 위력적인 ‘서브 앤 발리’ 플레이를 구사하며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포핸드·백핸드스트로크 등 모든 샷에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선보이는 절대강자. 반면 정현은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세계 정상급 수준의 리턴 능력을 선보이며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 ‘호주오픈의 사나이’(6회 우승)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를 잇따라 물리치며 ‘자이언트 킬러’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호주오픈을 통해서는 약점이던 포핸드스트로크까지 폭발적임을 보여줬다. 또 서브와 네트플레이, 경기운영 및 위기관리 능력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현의 강서브 모습. 2018 호주오픈 누리집
페더러는 정현에 대해 “수비에서 특히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마치 조코비치와 같다.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 세계에서 조코비치를 꺾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코비치가 정현과 경기에서 100%의 컨디션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상태는 괜찮았다. 정현이 꺾어 굉장히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호주오픈과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해 재기를 알린 페더러는 이번에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2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차세대 황제감으로 떠올랐고, 불과 두달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4강전은 노련미 대 패기의 대결이기도 하다. 4강전 기록을 보면 페더러와 정현의 위력이 비교된다. 페더러는 최고시속 199㎞의 서브를 뽐내며 서브 에이스 15개를 기록했다. 또한 위너(자신의 공격으로 포인트를 따내는 것)는 무려 61개를 폭발시켰다. 첫 서브 성공률은 63%, 첫 서브 때 승률은 83%(50/60)나 됐다. 정현은 최고시속 196㎞의 서브에 에이스는 7개로 페더러의 반도 안 됐다. 위너는 29개, 첫 서브 성공률은 70%, 첫 서브 때 승률은 70%(57/81)로 역시 페더러보다 뒤졌다.
박용국 <스포티브이>(SPOTV) 해설위원(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페더러는 8강전까지 2시간 이내에 경기를 끝낼 정도로 서브에 이은 발리 능력이 세계 최고이며, 5~7구 안에 승부를 결정짓는다”며 “정현은 첫 서브 성공률을 높여야 하고, 상대를 좌우로 몰아붙일 수 있는 그라운드 스트로크로 장기전을 벌여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25일 남자단식 4강전에서는 세계 6위 마린 칠리치(30·크로아티아)가 세계 49위 카일 에드먼드(23·영국)를 3-0(6:2/7:6<7:4>/6:2)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그는 2014년 유에스(US)오픈 남자단식 챔피언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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