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의 아쉬운 사연에 팬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경기에 출전한 모습.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착오로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노선영(29·콜핑팀)이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서 “난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라며 빙상연맹을 향해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노선영의 동생은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국가대표 노진규다. 2013년 9월 월드컵 1차 대회 뒤 어깨뼈에 종양이 발견된 노진규는 수술을 2014 소치겨울올림픽 뒤로 미루며 3차 월드컵 대회까지 치렀다. 그러나 양성이었던 종양이 악성으로 변이돼 2014년 1월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고 2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고 적었다.
빙상연맹은 2017~2018 시즌 월드컵 1~4차 여자 1500m에서 34위를 기록해 올림픽 출전 엔트리(32위)에 들지 못한 노선영을 팀추월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개인종목 엔트리 확보 선수만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답변을 듣고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을 취소했다. 노선영은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며 “나는 더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폭행 사건까지 겹치면서 청와대 누리집에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100여건 올라오는 등 빙상연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노진규 선수의 골육종은 월드컵이 끝난 뒤 검사 결과에서 나온 것이고, 노선영 선수가 월드컵 1~4차전 1500m에 나가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며 “4차 월드컵 때에는 1500m 출전권을 딸 수 있도록 팀추월 경기는 포기하고 1500m에만 나가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김태규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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