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함께 배식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연합뉴스
“선수들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승리가 목표인 한 팀이다.”
세라 머리 총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첫 훈련에 들어갔다. 머리 총감독은 이날 오전에는 남한팀 선수 23명을, 오후에는 진옥, 김은향 등 북한 선수 12명을 대상으로 훈련하는 등 남북팀을 나눠서 점검했다. 선수촌 관계자는 “그동안 해오던 훈련을 그대로 북한팀 선수들에게도 적용한 것 같다. 머리 감독이 지시를 하면 우리 팀 통역과 김도윤 코치가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선수들의 몸 상태는 좋아 보였고, 열심히 뛴다”고 전했다. 머리 총감독은 27일까지 이틀간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면밀히 평가한 뒤 남북 단일팀 전력 강화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자리에 북한 선수를 배치할 예정이다. 북한 선수는 최소 3명이 들어가게 된다.
진천에 들어온 지 이틀째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서서히 남쪽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전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남북 양쪽 선수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연출했다.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남북 선수들은 오직 팀이 하나가 돼 승리하는 것만 생각한다. 외부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관적인 시선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뭉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 총감독은 오리엔테이션에서 남한팀이 써오던 전술노트를 북한 선수들에게 나눠줬고, 북한 선수 1명당 우리 선수 2명이 붙어서 설명을 해주도록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쪽은 “아이스하키 남북 용어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평생 운동을 했던 북한 선수들이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창 회담’을 거쳐 단일팀 지휘봉을 잡게 된 머리 총감독은 앞으로의 일정과 전술 등과 관련해 북한의 박철호 감독과 의견을 나눴다. 북한의 박 감독과 남한의 김도윤 코치는 머리 총감독을 보좌한다.
머리 총감독은 27일에도 북한 선수에 대한 기량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28일부터 남북 선수들을 섞어 본격적인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단일팀 선수가 35명이기 때문에 전체를 A팀과 B팀으로 나누고, 자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남북 단일팀은 2월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벌이고 2월10일부터는 여자 아이스하키 올림픽 B조(한국 스위스 스웨덴 일본) 경기에 들어간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좀 더 가까워져야 하고, 팀 융합력을 위해 바짝 고삐를 당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수촌 관계자는 “확실히 남북 선수들이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주문한 것도 없는데 서로 잘 어울리고 금세 친해진다. 외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과 다르다. 이젠 선수와 팀을 믿고 격려해야 할 때”라고 했다.
진천/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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