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오른쪽)이 26일 호주오픈 4강전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패한 뒤 로저 페더러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끝까지 해보려 했지만 상처가 낫지 않았고, 페더러가 워낙 강했다.”
26일 첫 호주오픈 4강 경기를 기권으로 마무리한 정현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던데다, 8강 경기 뒤 발바닥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경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오늘 상태는 더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호주오픈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노리는 로저 페더러(세계 2위·스위스)의 벽이 워낙 높았다. 정현은 “페더러의 볼이 워낙 빠르고 강해 (부상을 입은 채로) 따라가기가 어려웠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그러나 정현은 이번 대회 결과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했고, 노박 조코비치, 페더러 같은 위대한 선수들을 상대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며 “내년에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일단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과 한국 선수 최고 세계 순위라는 두가지 목표를 이루게 됐다. 다음 목표는 부상 없이 무사히 올 시즌을 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상대였던 페더러의 평가도 후했다. 이날 장내 아나운서이자 ‘테니스계의 전설’인 짐 쿠리어가 ‘온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이 혁명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말을 건네자, 페더러는 “정현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지녔으며, 앞서 그가 조코비치 등을 어떻게 이겼는지 알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2세트부터 정현이 물집과 싸우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승에 진출해서 기쁘지만, (정현의 부상으로 이기게 되는) 이런 방식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발바닥 물집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데, 정현이 경기 내내 대단히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정현이 틀림없이 남자 테니스 ‘톱10’에 들 것이며 더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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