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수들
미국 피겨 대표 동성애 커밍아웃
자메이카 썰매 첫 여성 ‘쿨러닝’
스키점프는 4년 전 ‘금녀의 벽’ 깨 아프리카 독재국 난민 참가에
남아공선 첫 흑인 출전 기대감 봅슬레이 김동현, 청각장애 극복
핀란드 컬링 선수는 50살 최고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다양성으로 이뤄진 하나’를 올림픽 가치로 꼽으며 “스포츠가 서로의 다양성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수 약자들의 도전은 올림픽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평창겨울올림픽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다양성을 품은 채, 환경과 차별, 편견에 맞서는 선수들을 살펴봤다. ■ 게이? 나는 나 “게이는 나를 정의하는 말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 것이지, 성적 취향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미국의 피겨 스타 애덤 리펀(28)은 2015년 이렇게 ‘커밍아웃’ 했다. 그는 ‘피겨는 게이 스포츠’라는 편견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미국 스포츠계에서 ‘커밍아웃’ 한 상태로 이번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선수가 됐다. 그는 대표 선발 뒤 “나는 어린 시절 성소수자 운동선수로서 롤모델이 없었지만, 앞으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공유해 스스로 (어떤 성적 정체성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성적 정체성을 밝힌 선수는 1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누구든 날 수 있다 여성들에게 겨울올림픽은 높은 벽이었다. 여성 출전이 허용된 것은 첫 올림픽(1896년) 이후 28년이나 지나서였다. 겨울올림픽이 가장 최근 여성에게 문호를 연 종목은 스키점프다. 1회 대회 때부터 스키점프에 남자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여자는 4년 전 소치올림픽 때 비로소 처음 출전했다. 이전까지 국제스키연맹과 아이오시가 “여성들에게 너무 위험하고, 의학적 관점에서 (출산과 관련해) 여성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엉뚱한 논리로 정식 종목 채택을 거부해왔다. 여자 스키점프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독일의 카리나 포크트(26)는 최근 아이오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좋은 시즌을 보내왔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극단적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아이오시로부터 1964 도쿄올림픽부터 24년간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1988 서울올림픽 때 출전 금지 조처가 풀린 지 30년째인 올해 알파인스키 선수 시브 스필먼(23)은 흑인으로 남아공 역사상 첫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는 지난 소치대회 때도 힘겹게 올림픽 출전권을 땄지만, 남아공올림픽조직위원회(SASCOC)가 “올림픽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출전을 허용하지 않아 ‘은밀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30일(현지시각) 남아공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위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내 유일한 바람은 올림픽 출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독재 그리고 난민 에리트레아는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6개 나라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부터 에티오피아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벌였고, 이후에는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난민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자유가 없는 최악의 국가’로 꼽기도 했다. 섀넌 아베다(알파인스키)는 에리트레아의 첫번째 겨울올림픽 대표선수가 됐다. 1980년대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갔지만, 아이오시가 에리트레아에 ‘와일드카드’를 부여하자 아버지의 나라 국기를 달고 평창행을 택했다. 아베다는 “나는 평창에서 에리트레아라는 국가와 난민을 대표한다. 세계인들에게 에리트레아라는 나라가 있고 국민들이 받는 고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겨울 없다고? 뜨겁게 달린다 열대국가 선수들의 겨울올림픽 도전은 그 자체로 늘 화제였다. 4인조 봅슬레이팀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는 1988 캘거리 대회부터 평창까지 9회 연속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물론 메달을 딴 적은 없다. 이번엔 여자 2인승 봅슬레이 재즈민 펜레이터-빅토리언(32)과 캐리 러셀(28) 짝이 유일하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자메이카의 첫 여성 겨울올림픽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썰매에 ‘쿨 볼트’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쿨러닝’의 도전정신에 우사인 볼트만큼 빨리 달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펜레이터는 미국 언론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쟁력을 갖춰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평창에서는 메달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 장애를 넘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김동현(31)은 선천성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태어났다. 한때 “하루 종일 전화통화를 하며 재잘거리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상대의 입모양으로 말하는 내용을 파악하는 ‘독순술’을 익히고, 보청기를 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동료들의 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팀 성적은 고사하고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양쪽 귀의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했고, 두차례 올림픽에 나섰다. 그는 4년 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평창에서는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 나이는 숫자일 뿐 세계 최고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에서 고령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나이는 기량을 평가하는 절대 잣대가 아니다. 평창올림픽 최고령 출전자는 올해 50살인 핀란드의 컬링 선수 토미 란타메키다. 1986년 컬링 선수가 됐다. 이후 국가대표로만 28년을 지냈고, 대표팀 코치를 거쳐 2년 전부터 다시 선수로 뛰고 있다. 평창에서 처음 도입된 더블믹스 종목에 19살 아래인 오나 카우스테와 호흡을 맞춘다. 그는 최근 핀란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자메이카 썰매 첫 여성 ‘쿨러닝’
스키점프는 4년 전 ‘금녀의 벽’ 깨 아프리카 독재국 난민 참가에
남아공선 첫 흑인 출전 기대감 봅슬레이 김동현, 청각장애 극복
핀란드 컬링 선수는 50살 최고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다양성으로 이뤄진 하나’를 올림픽 가치로 꼽으며 “스포츠가 서로의 다양성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수 약자들의 도전은 올림픽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평창겨울올림픽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다양성을 품은 채, 환경과 차별, 편견에 맞서는 선수들을 살펴봤다. ■ 게이? 나는 나 “게이는 나를 정의하는 말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 것이지, 성적 취향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미국의 피겨 스타 애덤 리펀(28)은 2015년 이렇게 ‘커밍아웃’ 했다. 그는 ‘피겨는 게이 스포츠’라는 편견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미국 스포츠계에서 ‘커밍아웃’ 한 상태로 이번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선수가 됐다. 그는 대표 선발 뒤 “나는 어린 시절 성소수자 운동선수로서 롤모델이 없었지만, 앞으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공유해 스스로 (어떤 성적 정체성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성적 정체성을 밝힌 선수는 1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누구든 날 수 있다 여성들에게 겨울올림픽은 높은 벽이었다. 여성 출전이 허용된 것은 첫 올림픽(1896년) 이후 28년이나 지나서였다. 겨울올림픽이 가장 최근 여성에게 문호를 연 종목은 스키점프다. 1회 대회 때부터 스키점프에 남자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여자는 4년 전 소치올림픽 때 비로소 처음 출전했다. 이전까지 국제스키연맹과 아이오시가 “여성들에게 너무 위험하고, 의학적 관점에서 (출산과 관련해) 여성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엉뚱한 논리로 정식 종목 채택을 거부해왔다. 여자 스키점프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독일의 카리나 포크트(26)는 최근 아이오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좋은 시즌을 보내왔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극단적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아이오시로부터 1964 도쿄올림픽부터 24년간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1988 서울올림픽 때 출전 금지 조처가 풀린 지 30년째인 올해 알파인스키 선수 시브 스필먼(23)은 흑인으로 남아공 역사상 첫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는 지난 소치대회 때도 힘겹게 올림픽 출전권을 땄지만, 남아공올림픽조직위원회(SASCOC)가 “올림픽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출전을 허용하지 않아 ‘은밀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30일(현지시각) 남아공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위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내 유일한 바람은 올림픽 출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독재 그리고 난민 에리트레아는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6개 나라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부터 에티오피아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벌였고, 이후에는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난민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자유가 없는 최악의 국가’로 꼽기도 했다. 섀넌 아베다(알파인스키)는 에리트레아의 첫번째 겨울올림픽 대표선수가 됐다. 1980년대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갔지만, 아이오시가 에리트레아에 ‘와일드카드’를 부여하자 아버지의 나라 국기를 달고 평창행을 택했다. 아베다는 “나는 평창에서 에리트레아라는 국가와 난민을 대표한다. 세계인들에게 에리트레아라는 나라가 있고 국민들이 받는 고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겨울 없다고? 뜨겁게 달린다 열대국가 선수들의 겨울올림픽 도전은 그 자체로 늘 화제였다. 4인조 봅슬레이팀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는 1988 캘거리 대회부터 평창까지 9회 연속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물론 메달을 딴 적은 없다. 이번엔 여자 2인승 봅슬레이 재즈민 펜레이터-빅토리언(32)과 캐리 러셀(28) 짝이 유일하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자메이카의 첫 여성 겨울올림픽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썰매에 ‘쿨 볼트’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쿨러닝’의 도전정신에 우사인 볼트만큼 빨리 달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펜레이터는 미국 언론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쟁력을 갖춰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평창에서는 메달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 장애를 넘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김동현(31)은 선천성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태어났다. 한때 “하루 종일 전화통화를 하며 재잘거리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상대의 입모양으로 말하는 내용을 파악하는 ‘독순술’을 익히고, 보청기를 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동료들의 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팀 성적은 고사하고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양쪽 귀의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했고, 두차례 올림픽에 나섰다. 그는 4년 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평창에서는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 나이는 숫자일 뿐 세계 최고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에서 고령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나이는 기량을 평가하는 절대 잣대가 아니다. 평창올림픽 최고령 출전자는 올해 50살인 핀란드의 컬링 선수 토미 란타메키다. 1986년 컬링 선수가 됐다. 이후 국가대표로만 28년을 지냈고, 대표팀 코치를 거쳐 2년 전부터 다시 선수로 뛰고 있다. 평창에서 처음 도입된 더블믹스 종목에 19살 아래인 오나 카우스테와 호흡을 맞춘다. 그는 최근 핀란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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