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핀란드 선수단 입촌식에서 핀란드 선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올림픽’을 기치로 내걸었던 1994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선 경기장 내 식당마다 한 귀퉁이가 깨진 것처럼 보이는 접시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 접시들은 충격을 받아 깨진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손과 이로 뜯어진 흔적이었다.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을 석달 앞둔 1993년 11월, 대회 조직위원회는 감자 가루와 옥수수 전분을 압착해 만든 접시 90만개와 약 350만벌의 포크·스푼 등을 스웨덴에서 들여오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보호를 표방한 올림픽인 만큼 대회 기간 발생할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먹을 수 있는 식기를 도입한 것이었다.
1993년 11월17일치 <중앙일보>는 “오스문 우엘란 (릴레함메르올림픽) 조직위 위원은 시범 삼아 2개의 (감자)접시를 먹어본 결과 ‘대단히 맛있었다’고 밝힌 뒤 만일 선수들이 이를 먹지 않아 남게 되면 돼지사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감자접시’는 릴레함메르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탁한 흰색을 띤 종이접시 모양이었지만, 식감은 바삭했다.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감자접시를 기념품으로 챙기거나 실제로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금과 설탕, 케첩 등에 찍어 먹기도 했다.
감자접시의 인기는 4년 후 열린 1998 나가노 겨울올림픽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가노 대회 조직위원회는 감자접시를 벤치마킹해 사과펄프로 만든 접시를 제작했다. 나가노 대회의 ‘사과접시’는 먹을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지만 고체연료나 종이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올림픽의 취지를 살렸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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