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영부인 김정숙 여사(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일팀이 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었다.
세라 머리(30) 총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0-8로 완패했다. 한국은 1패, 스위스는 1승. 조직력과 기술, 속도와 힘에서 앞선 스위스는 단일팀을 압도했다.
스위스는 세계 6위의 강호로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특급 골리가 골문을 지키고 있고, 슈퍼스타 알리나 뮐러(20)는 1피리어드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할 정도로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스케이팅의 속도나 스틱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고 패스의 속도가 빨랐다. 세계 22위 남한이나 25위 북한이 합친 단일팀한테는 버거운 상대였다.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골리 신소정이 스위스 공격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머리 감독은 북한의 정수현, 김은향, 황충금 등 3명을 2~4조에 배치했고, 박종아 등 남한의 핵심 주역을 1조에 배치하는 등 20명의 선수들을 4개 조로 나눠 경기에 임했다. 단일팀은 스위스의 초반 압박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막아세우며 6천여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10분께 첫실점을 했고 2분이 지나지 않아 추가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스위스는 뮐러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1피리어드를 3-0로 앞선 뒤 2피리어드에서도 뮐러의 추가골 등 3골을 더 터뜨렸다.
붉은색 단복을 입은 북한의 여성 응원단이 “힘내라” “우리 선수 잘한다”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사기를 불어 넣었고, 파도타기로 흥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빙판 위의 단일팀 선수들도 어떻게든 한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팀 전력의 차이는 컸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에서 북한 응원단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하던 관중석에서는 “한골만”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서 두 골을 추가로 내줬다. 1~3피리어드 유효 슈팅의 숫자는 스위스(52개)가 단일팀(8개)을 크게 앞섰다.
북한 응원단과 관중 모두는 경기 뒤 인사하는 선수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고, ‘우리는 하나다’라는 플래카드가 펼쳐지기도 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구순 아버지를 모시고 경기 하남에서 온 박순옥(54·여)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버님이 생전 통일되는 것을 기다려오셨는데, 남과 북이 함께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 왔다. 가슴이 뭉클하고 보기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열심히 뛰어주는 남북 선수들이 더 예뻐 보인다. 저 젊은 세대가 힘을 모아서 통일이라는 소원을 이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12일 저녁 9시20분 스웨덴과 B조 2차전을 벌인다. 세계 5위 스웨덴은 일본(9위)과의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일본은 패배했지만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함께 관전을 했다. 또 스위스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경기를 지켜봤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함께했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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