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견제 꺾은 ‘마지막 2바퀴 반’
교대하고 넘어질 정도로 온힘 다해
“동생들 안 다치고 금 따내 너무 좋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결승에서 김아랑이 2바퀴 반을 돌고 김예진과 교대한 뒤 넘어져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20일 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펼쳐진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금빛 질주는 맏언니 김아랑(23)의 역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계주 최강자였지만 평창올림픽 결승전에 나선 중국·캐나다·이탈리아의 도전은 만만찮았다. 상대팀의 거센 견제에 한국은 27바퀴 중 20바퀴를 돌았지만 3위를 유지하며 좀처럼 역전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초조한 레이스가 계속되던 그때 최민정에서 김아랑으로 주자가 교대됐다. 보통 한 바퀴 반을 타고 교대를 하지만 김아랑은 성큼성큼 아웃코스로 두 바퀴 반을 돌면서 팀을 2위로 올려놓았다. 김예진의 엉덩이를 밀면서 넘어질 정도로 온 힘을 쏟아부은 혼신의 역주였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세우 코치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처음 작전은 (최)민정이 타는 거였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김)아랑이 하게 됐고 (김)아랑이 잘해서 순위를 높였다”고 말했다. 에이스 최민정이 순위를 올려놓는 작전이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를 대신하게 된 김아랑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얘기다. 김아랑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도 계주 금메달을 딴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1월 전국겨울철체육대회에서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날에 왼쪽 눈밑 부분을 베이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큰 부상이었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지난해 4월 열린 선발전에서 최민정에 이어 여자부 종합 2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왼쪽 눈밑에 살구색 밴드를 붙이고 스케이트를 탔다. 평창올림픽 뒤로 미뤄둔 흉터 제거 수술을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아랑은 이날 계주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인터뷰에서 “소치올림픽 계주에서 우승해서 다 같이 시상대에 올라갔을 때 그 기분을 (동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누누이 얘기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 동생들이 안 다치고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