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건립에 반대해 본관 점거농성을 벌였던 학생들의 징계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던 서울대가 이들의 징계 사실을 학적부에 그대로 남기는 등 사실상 징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냈던 학생들은 다시 학교 쪽과 지루한 법정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서울대가 학생들이 낸 징계 무효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에 지난달 6일 낸 준비 서면을 보면, “징계 해제의 의미는 징계의 효력을 장래에 소멸시키는 징계 해지의 의미이고, 징계를 받은 사실 자체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월 무기정학 등 징계를 받은 학생 12명의 학적부에는 징계 기록이 고스란히 남게 된 셈이다.
학교 쪽은 지난해 12월 학생들의 징계를 풀어준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 해제를 발표할 당시 ‘철회’란 단어는 전혀 없었다”며 “(징계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건 학생들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성낙인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을 소송이라는 불미스런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징계 처분의 해제를 결단한 교육자적 학자적 고민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징계 자체를 철회한 적이 없다’며 끝까지 소송에서 다투려는 학교 쪽 설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 이시헌(22·자유전공학부)씨는 “지난해 9월 법원이 학생들의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출석 및 진술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던 만큼 학교의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며 “징계 해제 발표 뒤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대학 한 교수는 “일부 보직 교수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겨우 징계를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징계기록을 남기기로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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