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은 각종 장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사진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들이 6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음향으로 표적을 판단하는 전자총, 무선 헤드셋, 폭이 좁은 스노보드….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6개 종목(금메달 80개)은 장애인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각종 장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에서는 독특한 사격이 이뤄진다. 좌식, 입식 출전자는 공기총 사격을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전자총을 잡고 헤드셋을 낀다. 총의 레이저가 10m 거리의 지름 21㎜ 표적의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커지면서 적중 여부를 알려준다. 표적의 중심 부근에 적중 음향대가 있다. 사격은 엎드려쏴로 할 때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대개 엎드려쏴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장애인이 출전한다.
알파인스키의 활강이나 슈퍼대회전 등 속도 경기에서는 빠르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긴 스키를 사용하고, 회전 종목은 지그재그로 민첩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짧은 스키를 쓴다. 스키 폴의 형태가 두 가지다. 입식 선수들은 비장애인이 쓰는 긴 폴대를 쓰지만, 좌식 선수들은 의자에 앉아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폴대 끝에 미니 스키를 단 아우트리거를 지지대로 사용한다. 시각장애인은 가이드 러너의 안내 정보를 무선 헤드셋으로 들으며 내려간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스케이트 날 두 개를 1~1.5㎝ 폭으로 장착한 썰매를 사용하는데, 날의 길이가 매우 짧아 퍽이 썰매 아래로 자유롭게 통과하도록 했다. 2014년 소치 때부터 정식종목이 된 스노보드에서는 비장애인이 쓰는 프리스타일 보드보다 폭이 좁고 딱딱한 것을 사용한다. 또 선수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정형외과 보조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크게 좌식, 입식, 시각 부문으로 나누어지는 패럴림픽에서도 속도 경쟁은 기본이다. 다만 각 부문 안에서 선수별 장애 정도의 차이를 반영해 최종 성적을 매긴다. 가령 알파인스키 좌식 출전자 가운데서도 하반신 마비의 정도에 따라 3개의 등급(LW10, LW11, LW12)을 두고, 이 등급에 따른 계수(팩터)를 코스 주파 순위에 곱해서 등수를 가린다. 계측장비가 모든 선수의 장애등급별 정보를 입력해두고 있어 결승선에 들어올 때 팩터를 반영한 순위가 뜬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출전하는 아이스하키나 컬링에서는 팀의 득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노르웨이 아이스하키팀에는 여성이 한 명 들어가 있으며, 컬링은 무조건 남녀 혼성팀을 구성해야 한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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