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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장애인 기자 “두 팔이 없는 건 제 장점이죠”

등록 2018-03-13 07:41수정 2018-03-13 11:08

평창 온 독일 청년기자 호크
독일의 <타게스슈피겔>이 선발한 대학생 청년기자 다비트 호크가 11일 저녁 강원도 평창 독일하우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독일의 <타게스슈피겔>이 선발한 대학생 청년기자 다비트 호크가 11일 저녁 강원도 평창 독일하우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저를 소수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사람도 완벽하지 않아요.”

두 팔과 왼손은 없다. 오른손도 손가락이 3개뿐이다. 하지만 키가 무려 2m에 축구를 좋아하는 스무살 청년에겐 두 다리와 두 발이 있다. 튼튼한 다리로 직접 뛰며 취재하고, 발로 타이핑을 해서 기사를 쓴다.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다비트 호크(20) 이야기다.

호크는 독일 <타게스슈피겔>이 선발한 대학생 청년기자 중 한 명으로, 지난 8일 패럴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평창에 왔다. 11일 저녁 강원도 평창 독일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선천적 장애가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친구들과 플레이스테이션을 갖고 놀면서 맥주를 마셨는데, 친구들은 손으로 모든 걸 하기 때문에 맥주를 마시려면 일시정지를 누르더라고요. 하지만 전 발로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맥주를 마실 수 있었어요.”

“발로 플스하며 맥주도 마셔…
선천적 장애 남다른 삶 살게 해”

취재내용 녹음하고 발로 타이핑
“다른 기자들은 장애에만 궁금…
‘똑같은 장애인’ 묶어서 평가말고
개인별 특성, 극복과정에 주목을”

물론 단점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주 도움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그가 가장 먼저 배운 한국어는 “빨대 주세요”였다. 팔이 없는 그로서는 빨대가 있어야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다. 그는 “저처럼 장애가 눈에 드러나는 사람은 도움을 청하기도 더 쉽다”며 웃음지었다.

다비트 호크가 11일 저녁 강원도 평창 독일하우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비트 호크가 11일 저녁 강원도 평창 독일하우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평창패럴림픽을 취재하면서 호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0일 열린 아이스하키 한일전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과 일본 관중 모두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고 전했다.

‘패럴림픽신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관리하며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고 있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더 빠르고 정확한 기사를 쓰느냐다. 현장에선 키보드나 노트를 사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취재 내용을 녹음해놓고, 이후 발로 타이핑을 한다.

2016 리우여름패럴림픽 때도 청년기자단으로 활동했던 호크는 당시의 경험을 소개했다. “휠체어 농구를 하다가 카누로 종목을 바꿔 메달을 딴 여성 선수를 인터뷰했는데, 당시 다른 기자들은 그가 왜 휠체어에 앉게 됐는지만 묻더군요. 전 그것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묻지 않았어요. 저는 그의 운동과 경기에 대해서만 기사를 썼습니다.”

호크는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장애인 선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선천적 장애인인지 후천적 장애인인지에 따라 다르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른데, 사람들은 장애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뒤 “장애인이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생긴 모습이 그 사람 자체를 설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을 안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이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주목하고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평창/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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