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과 캐나다전에서 4연승을 이룬 한국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컬링이 많은 화제 속에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한국 컬링 은메달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먼저다. 2010 밴쿠버 겨울패럴림픽에서 휠체어컬링이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두고 지난 2일 열린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주장(스킵) 서순석은 “여자 컬링에 ‘팀 킴’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오성’(五姓)이 있다. 선수 다섯 명의 성이 모두 다르다. ‘오성 어벤저스’로 불러달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그는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안경 선배’ 김은정(28)과 함께 성화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다.
대표팀은 오성과 어벤저스를 합쳐 ‘오벤저스’로 불리고 있다. 스킵 서순석(47), 리드 방민자(56), 세컨드 차재관(46·이상 서울시청), 서드 정승원(60·경기도연맹), 세컨드 이동하(45·경남연맹)로 구성된 ‘오벤저스’는 모두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입은 중도 장애인이다.
여자 컬링의 ‘국민 영미’가 맡았던 리드 방민자는 대표팀의 ‘홍일점’이다. 휠체어컬링은 반드시 남녀 혼성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는 1993년, 여름휴가를 갔다가 차량 전복사고로 하반신마비 장애를 입었다. 31살의 한창 젊은 나이였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도 헤어졌고, 10년 동안 칩거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했다”고 되돌아봤다. 장애인 종목 론볼을 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숨이 차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이제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밟고 있다.
서드 정승원은 올해 환갑으로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 최고령이다. 최연소 박수혁(18·장애인 스노보드)과는 무려 42살 차이. 그는 20여년 전 산업재해로 하반신마비 장애를 입었고, 역시 론볼로 재활하다가 훨체어컬링으로 전향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유에스(US)오픈, 캐나다오픈 등 전 세계를 누볐다. 그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패럴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듣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오벤저스’는 12일 오전 세계 최강 캐나다마저 7-5로 꺾고 예선 풀리그에서 4연승을 달렸다. 캐나다는 휠체어컬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3번의 패럴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쓴 강팀이다. 하지만 ‘오벤저스’가 더 강했다. 이날 저녁 독일과의 경기에서 3-4로 진 대표팀은 4승1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12개 팀이 참가해 예선 풀리그를 거쳐 상위 4개 팀이 4강부터 토너먼트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강릉/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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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