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센터 신영석(33·사진)은 프로배구 V리그 2017~2018시즌 남자부에서 가장 빛났다. 그는 현대캐피탈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센터 출신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보이지도 않던 산들을 갑자기 넘어 어리둥절하고, 내 옷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준비된 스타였다. 벌써부터 ‘배구선수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신영석을 17일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단 숙소에서 만났다.
신영석은 “예전에는 전 농구선수 허재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배구선수 신영석으로 바로 알아보고 축하한다는 말도 들어 상을 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의 별명은 ‘배구 대통령’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을 너무 많이 닮아, 중학교 이후 그의 별명은 대부분 허재와 관련돼 있다.
신영석은 2015년 우리카드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이후 신임 최태웅 감독의 실험의 중심에 있었다. 포지션 파괴 등을 통한 다양하고 빠른 배구를 추구하는 최태웅 감독의 시도는 기본기가 탄탄한 신영석이 있었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중학교까지만 해도 레프트·라이트 등을 맡았던 신영석은 고교에 진학한 뒤에야 센터를 맡았다. 단지 ‘키가 가장 크다’는 이유로 센터를 맡았고, ‘선수가 너무 없어서’ 레프트와 라이트 역할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기본기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와도 부담이 없었고 오히려 재미있다”며 “감독님은 일단 해보자는 식이어서 선수들도 다음 시즌에는 어떤 것을 보여줄까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영석의 배구 인생은 군 제대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29살의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하면서 남은 배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입대 전 몸과 마음이 지쳐 한번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는 “군대 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배구 인생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영석은 군 제대와 함께 현대캐피탈로 이적해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신영석은 달변가다. 주변에선 그가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평가한다. 신영석은 “어떤 말을 하면 더 재미있고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카드에 있을 때 주장을 맡아 인터뷰를 도맡다시피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자신의 결혼식에서도 수많은 이벤트를 준비해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겼다.
그는 ‘배구선수 신영석’과 ‘일반인 신영석’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다. ‘40살까지 주전’을 목표로 하는 그는 “굳이 높은 곳에 있지 않아도 좋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센터 하면 신영석이 괜찮았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 신영석’은 배구선수였기에 못했던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 주유소나 고깃집 알바를 비롯해 사회인야구 선수도 그가 해보고 싶은 목록이다. 특히 여행은 반드시 해볼 목표다. “대표팀 하면서 수많은 국가에 가봤지만 정작 여행을 즐길 시간은 없었다. 은퇴 이후에는 목록을 작성해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영석은 당장 다음 시즌 목표도 설정했다. 그는 “돌아오는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에프에이 대박’이고, 팀으로서는 그동안 못한 통합우승(정규시즌 우승+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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