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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태권도는 한뿌리…무도적 측면 침체 아쉬워”

등록 2018-05-02 05:04수정 2018-05-02 14:50

포르투갈 태권도 개척자 정선용 9단
47년간 포르투갈 등서 개척 활동
“침체된 무도적 가치 바로 세우려
24개 품새 소개해 원형 복원”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 출간

전후 태권도 명칭·체계화 기여한
최홍희 ITF 총재 교본이 기본 바탕
“정부 압력에 최 사범 북 망명 뒤
남북 연맹 갈려…북 원형도 남쪽 것”

정선용 사범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태권도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선용 사범 제공
정선용 사범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태권도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선용 사범 제공
화창한 봄날인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한 노천 카페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신사가 어깨에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47년 동안(홍콩 3년, 포르투갈 44년) 해외에서 태권도 보급의 개척자로 활동하다 귀향한 정선용(72) 사범(공인 9단)이다. 그는 1966년 3월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육군소장 출신 최홍희(1918~2002년) 총재 주도로 창설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국제사범으로 1971년 해외로 나갔고, 거의 반세기를 태권도 세계화에 매진했다.

정 사범은 이날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아들 미겔 정(36·태권도 공인 6단)과 함께 저술한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한영미디어 발간)을 가방에서 꺼낸 뒤, 1960년대를 전후해 체계화되고 창시된 한국 태권도의 원형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이 책은 천지, 단군, 도산, 원효 등으로 명명된 24개 태권도 틀(형·품새)의 기본동작 등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정선용 사범이 저술한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
정선용 사범이 저술한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
“요즘 한국 태권도는 겨루기 등 스포츠 측면이 강합니다. 무도적 측면은 침체 또는 퇴보하고 있어 아쉬워요. 이번에 나온 책을 통해 국내 태권도 지도자들이 한국 태권도 원형을 제대로 알고 한층 더 나은 태권도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정 사범의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3월30일 태권도를 국기(國技)로 지정하는 내용의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태권도는 이제 법적 지위를 획득해 국가적으로 보호·육성받게 됐다. <무예신문>의 최종표 발행인은 “정선용 사범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태권도의 정통성을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정통 태권도를 제대로 복원했다는 점이 이 책이 갖는 의미를 더하게 한다”며 책 추천사에서 그를 높게 평가했다.

이 책은 1959년 10월 최홍희가 처음 펴낸 태권도 기본서인 <跆拳道敎本(태권도교본)>(성화문화사 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 사범에 따르면 일본 유학시절 가라데를 배운 최홍희는 1950년대 한국에서 육군소장을 지내면서 이 교본을 바탕으로 국군이 태권도를 배우게 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에는 국군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나가 태권도 보급에 앞장섰다. 또 1955년 4월11일 명칭제정위원회에서 ‘태권도’라는 이름이 만장일치로 제정되게 하는 데 기여하는 등 사실상 한국 태권도 체계화에 기여했다. 1966년엔 <태권도지침>, 1972년엔 <태권도교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홍희는 정치적인 이유로 당시 박정희 정권에 찍혀 1972년 캐나다로 이주했고, 그가 체계화한 태권도를 가지고 북으로 망명하면서 그가 창설한 국제태권도연맹은 북 주도의 태권도단체가 됐다. 최홍희는 1982년에는 태권도백과사전 15권을 펴내기도 했다.

1966년 서울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를 창설한 최홍희 초대 총재가 저술한 태권도 기본서의 표지들과 최 총재의 태권도 동작 모습.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에서 발췌
1966년 서울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를 창설한 최홍희 초대 총재가 저술한 태권도 기본서의 표지들과 최 총재의 태권도 동작 모습. <한국호신무도 태권도 형·틀>에서 발췌
“최홍희 총재가 1972년 쓴 <태권도교서>는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다 수거해갔습니다. 1959년 나온 <태권도교본>은 국기원에도 몇권 남아 있고, <태권도지침>은 몇몇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홍희 때 양성된 사범이라는 이유로 정 사범은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 태권도를 개척할 당시 적지 않은 고초도 겪었다. 1980년에는 그가 ‘빨갱이’라는 투서가 한국에 접수돼 전 유럽 한국대사관에서 그런 전통문까지 내려졌다는 것이다.

“당시 국제태권도연맹 출신 사범이라고는 이유로 국기원으로부터 멸시도 받고 대접도 받지 못했지요.“ 그가 개척한 포르투갈에는 현재 2만명의 현지 태권도인이 있고, 학교나 클럽 중심으로 태권도가 무도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리스본에 2개의 개인도장도 냈고, 아들이 대를 이어 태권도 확산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노천 카페에서 만난 정선용 사범. 김경무 선임기자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 노천 카페에서 만난 정선용 사범. 김경무 선임기자
정 사범은 국제태권도연맹 출신이지만 제자들을 위해 1976년엔 남쪽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에 가입했고, 그해 6단에서 시작해 2005년 국기원으로부터 9단 자격증을 받았다. “제가 돈을 벌려고 이 책을 낸 것이 아닙니다. 포르투갈에 오래 살아 국내에서는 사람들이 저라는 존재를 모르잖아요. 최홍희 총재가 만든 태권도를 북한 것으로 선을 그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북한 태권도의 원형도 남쪽에서 나온 것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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