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로 활약했던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오전 9시48분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1월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고 김일 추모 프로레슬링 대회에서 우승한 모습.
‘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오전 9시48분 별세했다. 향년 64살.
1954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1975년 김일 체육관 1기생으로 데뷔해 선수 생활 초기에는 일본에서 활동한 뒤 1980년대 한국에 돌아와서 최고의 스타로 활약했다.
이왕표 대표는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떨어진 뒤 계보를 이을 선수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도 프로레슬링의 부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종합격투기가 인기를 얻자 프로레슬링도 충분히 통할 만큼 강하다며 도전을 선언했다. 2009년과 2010년 50대 중반의 나이로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밥 샙과 종합격투기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2013년 담도암으로 쓰러졌지만 이 대표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워낙 큰 수술이라 유서까지 쓰고 수술실에 들어갔던 그는 기적같이 병을 이겨내며 또다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전통시장 등 전국을 돌며 꾸준히 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해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끊임없이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고 이왕표 선수는 4일 공개된 유서에서 ‘모든 장기를 기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레슬링연맹 제공
2015년에는 건강 악화로 은퇴식을 치르며 사각의 링과는 작별을 고했지만 한국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다시 쓰러졌다. 세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자신의 ‘모든 장기를 기증한다’는 유서도 함께 남겼다. 특히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개그맨 이동우에게 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 도장 때부터 ‘의형제’ 사이인 노지심 선수가 임종을 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000.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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