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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감 주고 상금 착복까지…여자 컬링 ‘팀 킴’의 눈물

등록 2018-11-09 10:00수정 2018-11-09 14:38

선수들 “김경두 전 부회장 등
상금 분배 안하고 인권침해” 주장

“국민적 인기 높아지자 언론노출 꺼리고
감독이 직접 선수 합류 시도도”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영미’, ‘안경선배’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국민들에게 감동의 은메달을 선사했던 전 여자컬링 대표팀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감독 등 지도자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팀 킴’ 선수들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의성군 등에 호소문을 보내 자신들의 은사인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부부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로 컬링전용경기장을 짓는 등 컬링 활성화에 앞장 선 인물이다. 김 전 부회장의 딸인 김민정 감독은 평창올림픽에서 여자컬링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지도했다. 장 감독은 김 감독의 남편이자 평창올림픽에서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과 두 감독이 팀을 사유화하려고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선수들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앞으로 13장짜리 호소문을 보내 “대한체육회장님께 정중히 도움을 청합니다. 김 교수님(김경두 전 부회장)과 두 감독님 아래에서는 더는 운동하는 것이 저희 선수들에게는 무의미하고, 이 상태로라면, 컬링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지도자 교체를 요구했다.

선수들은 “인터뷰를 지나치게 통제당하고, 선수들 이간질까지 벌어졌다”며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훈련을 할 수 있게 팀을 이끌어줄 진실한 감독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지도자들에게서 욕설과 폭언도 자주 들어 모욕감을 느꼈다”며 “선수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수들의 개인 소셜 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고 폭언을 하는 등 인권 침해 문제도 거론했다.

선수들은 김민정 감독이 후보 선수인 김초희 대신 국가대표로 합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가 부상을 당하자 팀에서 제외하고 그 자리에 김 감독을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들은 일부 언론에서 팀을 ‘김은정 팀’이라고 칭하자 감독단이 선수들을 질책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일본대표팀의 스킵이자 주장인 후지사와 사쓰키의 이름을 따 ‘팀 후지사와’로 부르듯이 세계적으로 컬링팀은 스킵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게 관행이다.

선수들은 또 “(주장이자 스킵인) 김은정 선수가 지난 7월 결혼한 것을 이유로 김은정을 팀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스킵과 주장의 역할을 분리해 팀 내 입지를 줄이려고 했고, 김은정이 팀 훈련에 동행하지 못하게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김은정 선수가 올림픽 이후 국민적 인기가 높자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감독단에서 꺼려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또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김은정이 최종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됐음에도 대한체육회에 ‘김은정 선수가 성화봉송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광고 촬영과 컬링장 사용 등 일정도 지도자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정해진다면서 “선수들을 개인 소유물로 이용하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여러 상황으로 이미 감독님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들은 김민정 감독의 자질 문제도 거론됐다. 선수들은 김 감독이 훈련에 자주 불참했고 선수들의 훈련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선수들은 대회 상금과 거마비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상금을 획득할 목적으로 전 세계 컬링투어대회에 출전을 많이 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5년에만 국제대회에서 6000만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 여러 축하행사, 시상식에 참석했고 선수들에 대한 격려금 등이 전달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직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팀 킴’은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훈련과 출전을 저지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열린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애초 출전하지 말라고 지시받았고, 그에 따라 아무런 훈련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팀 킴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결승에서 춘천시청에 져, 태극마크를 반납한 상태다.

선수 측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의성에서 지속해서 훈련하며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선수들은 경북 의성에서 학창시절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해 올림픽 메달까지 목에 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선수들의 주장에 대해 김 전 부회장의 사위이자 김민정 감독의 남편인 장반석 감독은 “김경두 전 부회장의 말투가 거칠지언정 욕설까지는 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의도적으로 불참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연맹의 대회 공고 자체가 늦어서 참가 결정 자체가 급하게 결정됐다. 상금은 투어 참가비와 외국인 코치비용, 장비 등에 사용됐다. 상금이 이체되는 통장 명의만 김경두 전 부회장이지 팀 공용 통장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조만간 자세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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